지난 3월7일 K옥션 경매에서 박수근 유고작 ‘시장의 여인들’이 25억원에 낙찰되었고, 164점을 출품하여서 낙찰총액이 103억원이었다.

축하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더 구체적으로는 박수근 작품을 보유한 화랑 주인 및 수집가들에게 축하할 일이다. 그 이유는 불과 몇 달 전까지 5억원 수준이었던 작품이 25억원으로 가치가 급상승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가?

작년 5월 19일에 박수근의 유고작 ‘노상’이 5억원에, 작년 10월 1일에 박수근의 유고작 ‘노상’이 4억7000만원, ‘네 여인’이 4억원에 각각 낙찰되었다.

한데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작년 12월 13일 경매에서 박수근 유고작 ‘노상’(13×30㎝)은 10억4천만원에 낙찰되었다. 그리고 지난 3월 7일 경매에서 박수근 유고작 ‘시장의 여인들’이 25억원에 낙찰되었다. 이제 곧 서울옥션에서 박수근 유고작 ‘농악’이 추정가 18억~23억원에 경매에 붙어진다.

혹시 박수근 작품을 몇 십점을 보유한 화랑이 출품하고 제 3자를 내세워서 다시 낙찰 받은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알 길이 없고, 안다고 해서 법적인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전 언론이 나서서 경매업자가 비싸게 팔기를 희망한 판매예정가, 얼마 이하에는 팔지 않겠다는 추정가를 뉴스로 대대적으로 홍보해주었다. 만약에 그 만큼의 가치가 없는데 누군가가 그 가격에 낙찰받았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 뿐만이 아니다. 지금 박수근 작품이 25억원에 팔렸다고 온 언론이 나서서 뉴스로 홍보, 축하를 해 주고 있다. 1년전 작품당 평균가격이 5억원인 박수근 유고작을 서울옥션에서 경매한다. 누군가가 추정가를 넘겨서 낙찰 받을 것으로 보여 진다.

업체는 비싸게 팔기 위해서 추정가를 높혀서 발표하고, 언론은 대대적으로 뉴스로 홍보해주고, 그 결과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 언론은 또 대대적으로 축하해주고, 다음 경매에서는 1년전 가격과는 관계없이 두배 이상 뛴 가격에 낙찰되어 질것이다. 그럼 다음에 박수근 유고작을 경매업체가 추정가 50억~60억이라고 하면 또 대대적으로 뉴스로 홍보해 줄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박수근 작품을 보유한 화랑들은 살판 난 것이다. 무조건 20억 이하에는 팔지 않을 것이다.

그 외도 이상한 점이 너무나 많다. 한 경매 참석자는 “이대원의 '농원' 2,400만원, 김원숙의 '달을보는 여인' 510만원, 김상유의 '해로당' 2,100만원, 김종학의 '설악풍경' 8,600 만원” 4점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매참여자는 이대원 유화 ‘나무’ 6,000만원, 박영선 유화 ‘물고기와 과일’ 460만원, 김원숙 나무에 유화 '책을 읽는 여인' 400만원, 류병엽 아크릴릭 '풍경' 3,000만원, 남관 유화 ‘입상’ 4,600만원, 김환기 유화 ‘항아리’ 12억5천만원 등 5점 이상을 구입했다.

몇 백명이 몰렸지만, 한사람이 몇 점씩을 낙찰 받아서 낙찰받은 사람은 3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만의 잔치인 것이다.

온 언론이 나서서 그 30명만을 위한 잔치를 홍보해 준 것이다. 그 30명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마치 한국 전체 투자자가 미술품에 투자한다는 식으로 뉴스를 연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TV 방송 기자까지 나서서 그 30분의 잔치를 축하하는 뉴스를 시도 때도 없이 내 보내고 있다. 전 국민은 그 뉴스를 보고 무엇을 생각하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림 한점에 수억 수십억한다고 하면서 미술품 투자시대라고 하면, 절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은 어쩌라는 말인가? 그들만의 잔치를 보고 부러워하라는 말인가?

또, 30명외 그 많은 참여자들은 바람잡이가 아니고, 진짜로 그림 한점에 수천 수억 수십억에 구입하려는 사람들일까?

여기까지도 좋다. 진짜 문제는 다음에 있다. 대한민국미술협회에 등록된 화가만 2만5천명이다. 그 외도 많은 미술협회들이 있다. 근데, 두달만에 연 경매에서 고작 164점을 경매에 내 놓았고, 낙찰률이 82%라고 하니 135점 팔린 것이다.

문제는 낙찰되는 작품들 대부분이 죽은 화가의 유고작이다. 누구를 위해서 언론들이 나서서 뉴스를 연일 내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생활비 걱정을 하고 고생하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수 많은 우리나라 화가들을 위한 것은 명백히 아니다. 또, 그렇다고 해서 절대다수의 국민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림을 팔고자 하는 사람, 경매업체, 그리고 그 낙찰자 30명을 위한 것이고, 지금 힘들어 하는 수많은 화가들을 울리고, 국민들이 그 30명과 경매업체 그리고 죽은 사람의 그림을 비싸게 팔아서 큰 돈을 벌고자 하는 자를 위하여 박수치고 부러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부러워하지 말고 그림에 투자를 하라고 할 것이다. 아니 1년 전에 평균 그림가격이 5억원했던 화가의 작품을 1년 후, 20억에 사라는 말인가? 그림 한 장에 수 억하는 작품을 일반 가정에서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못 구입하는 사람들 배 아프라고 뉴스를 내보내는가? 그 30명을 위해서 박수 치라고 뉴스로 내 보내는가?

그림 한 장에 수억에 구입하는 것은 명백히 감상용이 아니다. 아니면 돈이 남아 도는데, 사회에 기부하기는 싫고, 남에게 자랑하고자 하는 자나 구입할 것이다. 투자도 아닌 투기 목적으로 구입한다고 보아야 하지 않는가?

그 외에 이유가 있는가?

생활비 걱정하는 수많은 화가들을 위해서도, 그 30명이 사랑하는 미술품 말고, 전 국민이 사랑할 수 있는 미술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살아 있는 화가 작품 중에 좋은 작품을 찾아서 구입하기를 권한다. 지금 어찌되었건 그림 한 장에 수 억하는 화가들 작품도 20-30년 전에는 수십만원 수백만원 수준이었다.

국민훈장을 받은 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우수상, 특선한 화가, 대학교수, 세계적 명성의 화가 등 유명화가 작품들도 인터넷 경매에서는 30만원~150만원이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화랑 가격의 20% 이하 수준이다. 진정한 경매는 거품이 빠진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지, 가격을 끌어 올리는 경매업자들이 운영하는 경매는 경매가 아닌 것이다.

도박을 하지 않고도 투기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투자를 할 수 있고, 누구나 조금만 절약하면 그림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지금 유명한 화가 작품들 중에서 잘 골라서 30만원~150만원에 그림을 구입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이다. 그 그림을 20~30년 뒤에는 그 30명 투자자들이 수억 수십억에 사 줄 것이다. 그 동안 부담없이 구입해서 잘 감상하면 된다.

투기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적은 비용으로 투자를 할 수 있고, 좋은 그림의 가격이 올라가는 동안 감상하고 소장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미술 발전을 위하여 화가를 지원하는 것이다. 생활고가 해결되지 못하여 붓을 꺽는 화가가 너무나 많다. 진정한 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나 조금만 절약하면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가격을 끌어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수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다. 인터넷 경매에서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전 화랑이 판매하는 작품 수 보다 더 많은 작품 수를 인터넷 경매사이트(www.porart.com)에서 판매되고 있고, 회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경닷컴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