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팔 수 있어요?" 화상으로 20여년간 살면서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들을 자주 접한다.

이유는 미술=미(美)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과 미를 동일시 하는 바람에 예술이 갖는 새로움과 시도의 본질적 측면을 간과해 버린다.

사실 현대 미술 중엔 어떻게 사고팔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작품이 상당수다.

목이 잘린 소의 머리와 바닥에 흐르는 흔건한 피,그 주위의 파리떼들,돼지 껍질로 만든 의복,쓰레기더미로 만든 남녀….현대미술은 그야 말로 예측 불허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렇다 보니 작품을 벽에 건다는 수준을 넘어 현대미술의 작품적 다양성 측면을 고려하다 보면 사고팔 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팔릴 수 없어 보이는 작품들이 예상을 깨고 천문학적 숫자의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점이다.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넣은 설치작품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데미언 허스트의 경우를 보자. 작품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속의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1991년작)은 미국의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티브 코헨에게 1200만달러에 팔리며 데미언 허스트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생존작가가 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방식을 창출해낸 비디오 아트의 거장 고 백남준 선생의 영상작업들은 매스미디어라는 독특한 매체를 시도할 때만 하더라도 판매라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었다.

이런 작품들이 처음부터 화상이나 컬렉터 및 비평가에게 환대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위 미술계 거목들은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작품들의 비전을 확신한다.

1990년대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한 매튜바니가 10년간 크리매스터(Cremaster)라는 5편의 예술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그의 기괴한 영상 뒤에 숨겨진 작품성을 알아보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지만 생소하고 소장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영상작업을 사 둔 컬렉터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

현대미술은 변화와 새로움으로 수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가속도에 발을 맞춰 나갈 것인가,아니면 뒤늦은 판단으로 무릎을 탁 칠 것인가는 컬렉터 본인의 미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변화로부터 나올 것이다.

표미선 표화랑 대표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