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 흐름과 부동산시장 동향 등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 압력 역시 크지 않은 데다 중국발 쇼크와 엔화 강세 등의 여파로 글로벌 증시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지금은 물가와 경기,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균형잡힌 판단을 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며 중립적 통화 정책을 운용할 것을 시사했었다.

시장에서도 최근 각종 경기지표가 지지부진한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은 둔화하고 있고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와 한은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여파로 시중유동성이 모처럼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한은이 콜금리를 인상할 명분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월 생산지수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에 그쳐 2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등 경기지표가 좋지 않은 편이다.

기업의 체감경기 역시 여전히 싸늘한 편이다.

한은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 제조업 업황 실사지수(BSI)는 전월과 같은 수준인 80에 머물렀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2% 올랐지만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인 3±0.5%에서 벗어나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고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부동산 거래 위축 등의 여파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1월중 광의유동성(L) 동향'을 보면 1월말 광의유동성 잔액은 1천837조7천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4천억원이 감소, 22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작년 하반기 이후 무섭게 상승했던 시중유동성이 대출규제 여파 등으로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콜금리 인상 명분을 약화시킨 것이다.

또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4천78억원에 그쳐 지난해 1월의 2천97억원 증가 이후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콜금리 운용 방향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경기 회복과 부동산 가격 안정세가 뚜렷해지는 하반기에 가서나 콜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경제 성장세가 예상치를 밑돌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최근 "콜금리를 내려도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 콜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