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별' 베트남 가보니...한국 "주도권 뺏길라"
지난 2일 베트남 외무부 아세안국 하 티 응옥 하 부국장은 한국기자들에게 "일본과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일본이 3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하노이~호찌민 간 고속철도 건설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아 기술 자문을 해주는 선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국이 이처럼 민감하게 대응한 이유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하노이~호찌민 간 협궤(1m)를 표준궤(1.435m)로 전환하며 철도를 복선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막대한 투자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속철 건설을 지원하면 한국의 인프라 구축 사업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어 신경전이 벌어졌다.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 베트남을 놓고 투자 경쟁이 불붙고 있다.

한국은 작년 공식적으로 26억8000만달러를 베트남에 투자,외국 투자국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선도적 위치를 점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매년 투자금액을 대폭 확대하면서 베트남 경제 성장의 과실을 차지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KOTRA 하노이 무역관측은 올해 한·미·일 3국 가운데 어디가 투자 1위 국가로 부상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요국 투자 급증
'떠오르는 별' 베트남 가보니...한국 "주도권 뺏길라"



주요 국가들의 베트남 투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5억50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작년 26억8000만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일본도 2005년 3억7900만달러에서 작년 9억96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급증했으며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2005년 1억4700만달러에 그쳤지만 작년 7억7000만달러에 이어 올해 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마이클 마린 주베트남 미국대사는 "올해 미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총액이 30억~4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의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당초 싱가포르나 홍콩을 경유해 투자했던 기업들이 베트남에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싱가포르와 홍콩의 투자액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 경쟁 본격화


한국은 중공업 및 건설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 반면 일본은 제조업 생산 기지로 베트남을 활용해왔으며 미국은 원유와 서비스 산업에 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전반적인 투자 규모가 늘어나면서 투자의 경계도 사라지는 추세다.

일례로 일본은 고속철도 건설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첨단기술 클러스터(집적단지)인 호아 락 하이테크 파크건설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여객터미널 회사인 SSA마린이 베트남 회사와 합작으로 바리아 붕타우에 항구 건설을 추진하는 등 기반시설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작년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데 이어 미국 의회가 베트남과의 영구적정상무역관계(PNTR)를 승인,최혜국 지위가 보장됨에 따라 미국 민간기업 투자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의 이은호 상무관은 "한국은 건설과 중공업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일본과 미국이 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여 베트남 인프라 건설 등과 관련한 3국 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미국의 투자 확대는 아직 투자를 미뤄왔던 유럽 등 다른 선진국의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와 기회 요인


한·미·일 3국이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베트남이 중국 대체 투자처로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 상승과 노동자 복지 강화,외자기업 특혜 축소 등으로 중국의 매력이 떨어진 반면 정치 사회적 안정도와 노동력의 질 및 환율 안정성 측면 등에서 베트남의 강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호앙 반 후안 베트남 투자진흥센터 이사는 "중앙 및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이 우호적 투자환경을 조성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 투자설명회 개최와 투자 유치를 위한 해외사무소 개설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술 인력과 사회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부품 공급 업체 등 협력 기업의 수가 많지 않은 데다 통관 절차가 복잡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이 낮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하노이·호찌민=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