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학생인 큰 아들을 유학보낸 대기업 임원 A씨.그는 요즘 급등하는 원·엔 환율 때문에 울상이다.

원·엔 환율이 3일새(영업일수 기준) 100엔당 50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매달 생활비로 30만엔을 아들에게 송금하는 A씨는 지난달 말(100엔당 777원 기준)에는 233만원이 들었지만 5일 원·엔 환율이 822원대로 치솟으면서 송금액은 247만원으로 14만원 늘어났다.

1년으로 치면 168만원의 부담이 늘었다는 얘기다.

아직까진 견딜만 하지만 엔화 폭등세가 지속될 것 같아 더욱 걱정이다.

더욱이 2월 말 일본으로 부부동반 여행을 갔다가 15만엔 정도를 신용카드로 긁고 돌아온 터여서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반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 사장은 오르는 원·엔 환율이 반갑기만 하다.

지난달 말 30만엔 상당의 여유자금을 엔화예금에 예치했기 때문이다.

원·엔환율이 3일새 50원 가까이 오르면서 앉아서 135만원을 번 셈이다.

엔화가 폭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 해외 유학생을 둔 부모나 해외여행이 잦은 실수요자는 엔화 및 달러 환율 상승 탓에 울상인 반면 외화예금이나 해외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희색을 짓고 있다.

◆환율변동기 행동 수칙

환율 상승기(원화가치 하락)의 행동 수칙의 기본은 '상대국 외화는 빨리 사고,늦게 팔라'는 것이다.

해외 송금의 경우 매입을 서둘러야 한다.

환율이 오를수록 같은 원화로 바꿀 수 있는 외화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금액은 미리 환전해 놓는 것이 좋다.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카드보다는 여행자수표나 외화 현찰로 하는 게 유리하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물건을 구입한 시점부터 청구대금의 환율이 확정될 때까지 보통 3~4일이 걸리는 만큼 이 기간 중 환율이 오르면 신용카드 사용자는 그만큼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기에는 환율 상승기와는 정반대로 행동하면 된다.

'외화는 빨리 팔고,늦게 사라'는 행동수칙에 따라야 한다.

특히 해외송금이 많은 사람이라면 외환거래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분할매수·분할매도' 전략이다.

이는 주식투자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락할 때 더욱 긴요한 전략이다.

특히 외국에 아내와 자녀들을 보내놓고 해외 송금을 자주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이나 해외이주 계획 등으로 거액의 송금이 필요한 경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할매수 전략을 꼭 구사해야 한다.

◆외화예금과 해외펀드 주목

환율 변동은 환테크의 기회다.

환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자수입은 물론 환차익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900원일 때 100달러를 입금했다가 환율이 950원으로 올랐을 때 찾으면 5000원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이 떨어지면 오히려 환차손을 입는 만큼 정확한 환율 예측이 필수적이다.

또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펀드가 각광을 받는다.

환헤지(위험회피)를 하지 않은 채 해외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투자수익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엔 환율 750원(100엔당)에 일본펀드에 투자해 800원에 청산한다면 실적배당에다 100엔당 50원의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다만 해외펀드는 실적배당 상품으로 실적이 나쁘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외화예금과 마찬가지로 환율이 반대로 움직인다면 상당한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한편 낮은 금리에 끌려 엔화대출을 쓴 개인이나 업체들은 최근 일본의 금리 인상과 환율 폭등으로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엔화 대출자들은 엔화 강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화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