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꾼들의 환호성과 경쾌한 음악,그 속에서 전지현과 한 남자가 번갈아 옷을 벗는다. 더 이상 벗을 게 없어진 남자,하지만 마지막 한 벌인 것처럼 유혹하다가 옷을 벗으면 또 다른 색의 셔츠를 입고 있는 전지현. 그녀의 옷은 양파처럼 끝이 없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애니콜 '컬러 재킷폰'의 광고 속 장면이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여러 색상의 커버를 바꿔 끼울 수 있다는 컨셉트를 '옷 벗기 댄스 배틀'이란 형식을 빌려 만든 광고로 단연 화제는 모델 전지현이 입고 나온 의상이다. 그녀가 15초 동안 선보인 의상만 총 일곱 벌. 얼마나 날씬하기에 그 많은 옷을 껴입을 수 있었던 걸까.

비법은 특수 제작한 의상 덕분이었다. 전지현이 선보인 의상은 폴리아미드와 폴리에스터 혼방으로 만든 특수 제품으로 영화 'X맨'과 캐서린 제타 존스 주연의 '엔트랩먼트'에서 여자 주인공이 입고 나온 의상과 똑같은 소재로 만들어졌다. 워낙 신축성이 뛰어나 일반 옷에는 사용되지 않고 영화나 연극에서 소품용으로 활용되는 소재다.

광고 스토리가 옷과 관련 있는 만큼 제작진 중에서도 의상팀이 가장 분주했다. 박용진 제일기획 애니콜 광고팀장은 "휴대폰계의 '변검(가면을 순식간에 바꿔 쓰는 중국의 전통극)'이라는 컨셉트상 여러 옷을 겹쳐 입어야 했기 때문에 얇으면서도 쉽게 벗을 수 있는 스타일의 옷이 필요했다"며 "처음엔 유명 브랜드에서부터 동대문 표까지 기성복으로 여러 차례 시도해 봤는데 정전기 탓에 짧은 순간 옷을 벗는 동작을 연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의상팀이 'SOS'를 날린 사람은 애니콜의 전작 광고인 'Slim&J''Slim&H'에서 전지현과 이효리의 의상을 담당했던 이선희 스타일리스트. 그는 2박3일간의 고민 끝에 영화 소품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여기에다 벗기 편하도록 단추로 잠그는 셔츠가 아닌 뒤에서 벨크로 테이프(일명 찍찍이)로 잠그는 형식의 새로운 디자인까지 개발해 냈다.

'컬러재킷폰' 광고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모델 전지현의 녹슬지 않은 춤 솜씨. 박은지 제일기획 광고기획 담당자는 "촬영 전날까지도 춤 연습을 하지 않아 내심 걱정했다"며 "다행히 전지현씨가 12시간 동안의 촬영 내내 즉석에서 화려한 춤 솜씨를 보여 줘 모든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