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중국 펀드는 주춤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해외펀드 시장 판도가 재편되는 추세다.

미국 등 선진 증시 투자비중이 높은 글로벌펀드도 부각 중이다.

지난해 인도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증시까지 급등락하며 이머징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탓이다.

신흥시장으로 몰려갔던 투자자들이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 증시 펀드로 자금을 분산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쇼크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펀드투자 금액 중 해외펀드 비중은 30% 안팎으로 하되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등에 골고루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인기몰이 나선 일본·유럽 펀드

지난해 해외투자펀드 대부분이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 집중된 것과 달리 올 들어선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 비중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운용사가 설정한 해외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2월 말까지 4조4349억원 증가했다.

이가운데 중국펀드는 6869억원을 차지해 비중이 15.4%에 불과했다.

지난해 연간 해외펀드 증가분 중 중국펀드가 34%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비중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셈이다.

반면 지난 한햇동안 해외펀드 증가분 비중이 5%대에 그쳤던 일본펀드는 올 들어 지난 2개월간 20.8%에 달해 4배로 껑충 뛰어올랐다.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펀드 비중도 올 들어 13.3%,미국 등 선진증시에 자산의 70% 이상을 투자하는 글로벌펀드 비중도 10.7%를 차지했다.

일본 유럽 글로벌 등을 합하면 44.8%에 달한다.

일본과 유럽펀드의 약진은 주가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2%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0.1%에 그쳤던 3분기 성장률과 시장 전망치(0.9% 안팎)를 훌쩍 넘은 상승세다.

수출기업의 이익도 증가하고 있고 부진했던 내수경기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회복조짐이 완연하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선진국 펀드 수익률도 호조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해외운용사 역외펀드 중 인도펀드들은 올 들어 지난달 23일 현재 평균 -1.89%로 손실을 기록 중이다.

중국은 0.09%에 그쳤다.

반면 유럽(4.53%) 글로벌(4.44%) 미국(4.43%) 일본(3.74%) 등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았다.

펀드별 설정액에서도 일본과 유럽펀드의 두각이 돋보인다.

국내 운용사의 해외 주식형펀드 중 올 들어 2월 말까지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프랭클린템플턴재팬주식형자A'(3033억원)로 집계됐다.

'봉쥬르유럽배당주식1'(2931억원) '템플턴글로벌주식-자A'(1777억원) '푸르덴셜일본주식&리츠재간접1-A'(1057억원) '우리CS동유럽주식A1'(1050억원) 등 5개의 일본·유럽·글로벌펀드가 설정액 증가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가운데 '푸르덴셜일본주식&리츠재간접1-A'와 '프랭클린템플턴재팬주식형자A'는 연초 이후 각각 10.39%와 6.70%로 수익률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최근 차이나 쇼크로 비롯된 글로벌 증시 조정 우려가 대두되고 있지만 적립식으로 장기간 투자할 경우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펀드투자의 기본원칙은 자금의 60∼80%가량은 대형주 위주의 국내 주식형을 '핵심펀드'로 삼고 나머지 20∼40%를 해외펀드 등 '위성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해외펀드도 신흥시장과 선진시장 상품에 나눠 투자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