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관계정상화 속 북중관계 공고 재확인..작년 7월 이전 수준 복원 관심

中 외교적 중재노력에 사의 전달했을 듯..국경경비 담당자 동행 눈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월대보름을 맞아 중국 대사관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형식적으로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대사의 초청을 수용해 이뤄지는 모습을 갖췄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친서가 전달되기도 했다.

대사관이 외교적으로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중국의 영토'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한 것과 맞먹는 외교.정치적 행위를 한 셈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대사관 방문은 북중관계에 대한 북한 최고지도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 강행 이후 중국의 동참 속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안이 채택됐고 중국은 단둥(丹東)지역 등 접경지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일부 은행들은 대북송금을 중단하기도 하면서 양국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대사관 방문을 통해 작년 7월 이전 수준으로 양국관계를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을 거쳐 남북관계까지 복원되고 있고 북.미 관계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의 가동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과의 동맹관계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못박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미 워킹그룹이 가동된다 하더라도 관계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의 외교적 환경 변화에 관심을 가질 중국 정부를 안심시키려는 제스처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과거 동맹관계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통한 외교관계의 수립을 통해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대사관 방문은 북중관계의 재확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정일 위원장은 이번 대사관 방문을 통해 중국의 외교적 중재 노력에 대한 사의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북한의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비난 속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 채택이 이어지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을 후 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북한에 파견해 6자회담을 중재해 냈다.

이어 중국의 대미 설득노력이 벌어졌고 북.중.미 3자 6자회담 수석대표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현재의 국면이 가능해졌다.

고비 때마다 이어지는 중국의 외교적 중재역할로 인해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승리'로 평가하는 '2.13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러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고마움을 어떠한 식으로든 표시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중국 대사관 방문에는 북한의 외교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국방위원회에서 외교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김양건 참사가 포함돼 있어 현재 6자회담 진행상황과 북한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이번 방문에는 지난해 북한 국경경비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던 인민군 부총참모장인 최부일 상장이 포함돼 있어 탈북자 문제가 북중간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