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의 역할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민·관 태스크포스(TF)는 산업은행에 대해 금융자회사인 대우증권을 중장기적으로 매각토록 권고키로 했다.

또 영역 갈등을 일으켰던 해외투자 부문에 대해선 수은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되 산은이 상업적 차원에서 보완토록 하는 수준에서 봉합됐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교수,민간전문가,정부관계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TF는 이번 주 중 마지막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TF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당분간 산은의 금융자회사로 유지하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한 뒤 여건이 되는 대로 팔도록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TF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구체적인 매각시기는 명시하지 않는 대신 팔아야 하는 여건과 환경을 못박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 및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국제거래지원 전담은행인 수은이 맡되 산은이 상업적 차원에서 보완하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TF 관계자는 "선언적인 차원에서 대외금융 지원업무는 수은이 담당토록 했다"며 "다만 수은이 홀로 모든 해외투자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산은도 수은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국제금융 노하우를 살려 상업적 기반의 해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창록 산은 총재 취임 후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던 산은의 행보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게 됐지만,적정 수준에서 지속적인 해외시장 공략은 가능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민영화를 통해 상업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혁신형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금융 부문은 산은으로 넘기고 기업·가계에 대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처방이다.

TF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재경부에 전달할 예정이며 재경부는 조만간 3대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최종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국책은행 역할 재조정이 새로운 기능 부여 없이 미세조정에 그쳤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