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이사(등기임원) 임기 단축에 대한 찬반 논란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임기 단축이 신속한 경영 성과를 도출하고 이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경영의 안정성이나 지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 임기까지 줄어들면서 경영진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법상에는 이사 임기가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기업별로 정관에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 임기 단축은 현실을 정관에 반영한 조치

이사 임기 축소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연임 제한 규정만 없다면 2년 임기 단축은 경영진에게 분발하라는 독려가 될 수 있고 시대 흐름에도 맞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조기 성과를 도출해 내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윤 교수는 "실제 정관상 명기된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형식을 실질에 맞게 바꾼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에 오른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윤모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집행임원제 도입에 따라 이사회가 집행 임원들의 경영을 감독하고 통제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집행임원은 이사회의 경영 방침에 따라 회사의 업무 집행을 전담하며 임기는 원칙적으로 2년 이하로 하고 있다.

집행임원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은 대표이사 없이 이사회와 대표집행임원으로 운영된다.

이 밖에 3년으로 하면 긴 기간이라는 생각에 단임으로 끝날 수 있지만 2년이 되면 검증하고 재임하는 것이 쉬워진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단기 성과 매달려 기업 경쟁력 낮출 수도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못하고 단기 업적만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을 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년 안에 모두 보여주려고 하다 보면 경영자가 자신이 원하는 걸 못하고 단기 성과에 몰입한다는 얘기다.

이는 곧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이나 주주 이익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또 오너나 대주주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의 행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사 임기 단축이 사외이사의 견제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오용될 소지를 지적하기도 한다.

박영석 서강대 교수는 "사외이사 임기도 같이 줄어들어 이사회에서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교체가 빈번해지면서 기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 피상적인 수준에서 경영 참여가 이뤄지는 문제도 있다.

박 교수는 "사내외 이사의 평가를 제대로 해서 잘 하고 능력 있는 이사는 연임이 되도록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 미국은 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있고 독일은 최장 5년,프랑스는 정관에 3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