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가 어수선해서 그런지 증권가에서는 '주가 폭락 10년 주기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10년 주기설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10년마다 '0007년'을 전후로 주가가 하락한다는 설이다.

1977년 한국의 건설주 파동,1987년 미국의 블랙 먼데이,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세계 증시가 하락했던 시기를 들 수 있다.

이때 세계 주가는 시기별로 평균 15% 정도 하락하고 한달 안에 조정이 마무리됐다.

다른 하나는 10년마다 '0000'년을 전후로 주가가 폭락한다는 설이다.

1980년대 진입을 앞두고 발생한 2차 오일 쇼크,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각각 일본의 자산과 정보기술(IT)에 낀 거품이 붕괴되면서 세계 증시가 일대 혼란을 겪었다.

이때 세계 주가는 시기별로 평균 30% 정도 하락했고 조정기간도 1년 이상 지속됐다.

10년 주기설에 따르면 다음에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시기는 올해와 2010년이 해당된다.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자산예측에 정통한 해리 S 덴트는 미국의 베이붐 세대가 은퇴하는 2010년부터 1970년대에 태어난 에코 세대가 경제활동의 주력계층으로 부상할 2020년까지 세계 증시가 오랫동안 침체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유념해야 할 것은 '0007년'을 전후로 한 주가하락기는 세계경기나 기업 실적,유동성 등 증시기초 여건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 이전까지 주가가 너무 올라 거품(예:미국 주가수익비율(PER)은 16∼17배 내외) 우려가 제기됐던 시기에 특정사건을 계기로 세계 증시가 조정을 거친 면에서 일치된다.

그 이후 세계 주가는 2∼3년 동안 올랐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도 증시 상황에 부화뇌동한 사람들은 큰 손실을 본 반면 주식을 저축처럼 장기투자하거나 주가하락시에 주식을 추가적으로 매입한 사람들은 큰 이익을 거둬 명암이 엇갈렸다.

후자의 입장에서는 이때의 주가 하락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조정'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워런 버핏,조지 소로스와 같은 세계적인 큰손들의 자산 규모도 이 시기에 한 단계씩 뛰었다.

반면 '0000년'을 전후로 한 주가하락기는 증시기초 여건이 악화될 때 발생했다.

순환상으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들어갈 때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위축되는 과정에서 세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랫동안 조정됐다.

이때는 경기사이클을 토대로 주식을 미리 매도해 현금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손실을 적게 봤다.

최근 주가하락 문제를 놓고 말이 많다.

상황도 과거와 비슷하다.

세계 증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17배,20배에 달한 만큼 거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비우호적인 증시정책이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증시여건면에서는 세계 경기와 기업 실적이 여전히 괜찮고,국제유동성도 아직까지는 풍부하다.

갈수록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2010년 이후 주가폭락설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게 평가하는 해리 S 덴트는 세계 증시가 의외로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제라미 시겔 등은 중국,인도 등 뉴이머징 마켓의 빠른 성장으로 세계 증시가 커다란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글로벌 해법(global solutions)'을 제시해 놓고 있다.

올해는 2007년이다.

10년 주기설로 볼때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주식을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유하거나 추가 하락시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