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분석] 사모투자펀드 ‥ M&A 제왕 '기업사냥'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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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세계서 7000억弗 M&A 주도
세계적인 사모투자펀드(PEF=Private Equity Fund)의 기업 사냥이 연초부터 불을 뿜고 있다.
지난달 초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이 미국 최대 부동산업체인 EOP를 390억달러(약 36조원)에 인수하며 이 분야의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불과 20여일 만에 이 기록도 깨졌다.
지난달 25일 역시 세계 굴지의 PEF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TPG가 미국 최대 전력회사 TXU를 무려 450억달러(약 42조원)에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돈을 동원,국경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기업들을 먹어치우는 PEF들은 단순한 기업인수합병(M&A)을 넘어 글로벌 기업 판도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공룡으로 떠올랐다.
◆일상생활 곳곳에 파고든 PEF
만약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에 던킨 도넛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은 버거 킹에서 햄버거로 해결했다 치자.마침 자동차가 고장나 허츠(Hertz)에서 차를 렌트한 당신은 퇴근길에 부인 생일선물을 사기위해 니만마커스 백화점에 들러 옷을 한벌 샀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이처럼 평범해 보이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사람들은 PEF와 만나게 된다.
위에 열거된 유명 브랜드의 각종 상품과 서비스 업체들은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PEF와 관련을 맺고 있다.
PEF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거나 과거에 소유했던 그런 기업들이다.
이제 사람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하든 PEF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SC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은행들 역시 현재 또는 과거에 모두 PEF라고 불리는 공룡자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PEF는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PEF의 정체
펀드는 자금 모집 방법에 따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공모(公募)펀드와 특정 소수만을 대상으로 한 사모(私募)펀드로 나뉜다.
사모펀드에는 여기서 말하는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는 물론 헤지펀드,그리고 각종 소규모 펀드 등 공모펀드가 아닌 모든 펀드가 포함된다.
PEF는 사모펀드 중에서도 주로 연기금 보험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여 기업 인수에 나서는 회사(Private Equity Firm) 또는 그런 회사가 조성한 펀드(Private Equity Fund)를 말한다.
요즘에는 PEF에 투자하는 PEF(펀드오브펀드)도 늘고 있다. PEF는 주로 기업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를 높여 이를 상장시키거나 되파는 소위 '바이아웃'(buy-out)을 통해 수익을 낸다.
PEF와 헤지펀드는 둘다 사모펀드라는 점과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대규모(최소 10만달러에서 100만달러) 자금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최소규제만을 받으며 투자대상이나 방식에 있어 자유로운 점도 공통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2~4%의 운용수수료와 수익의 15~20%인 성과보수)를 받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헤지펀드 고객 대부분이 돈많은 개인인 반면 PEF의 주고객은 기관투자가들이다.
헤지펀드가 펀드매니저 개인 위주로 운영되지만 PEF는 주로 기업형태를 띤다.
투자대상도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원자재 외환 등 수익이 될 만한 것은 가리지 않지만 PEF는 기업 인수가 주목적이다.
칼 아이칸 같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지분을 인수할 경우에도 궁극적인 목적은 소유권보다는 단기 차익인 경우가 많다.
PEF의 투자기간이 최소 3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는 경우가 많지만 헤지펀드는 단기간 내 수익을 내고 '치고 빠지는' 투자를 주로 한다.
그러나 PEF와 헤지펀드 간에는 최근 규모나 투자행태 등에서 서로 접근하고 있어 점차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국내에도 보고펀드를 비롯 최근 PEF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붐을 이루는 이유
시장조사 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2006년 PEF가 주도한 M&A는 전 세계적으로 7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전년의 두 배,10년 전인 1996년의 20배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M&A에 동원된 1조5600억달러 중 4분의 1인 약 4000억달러 역시 PEF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해 미국 내에서 신규로 PEF에 모인 돈만도 1560억달러에 달한다.
대표적 PEF인 블랙스톤에 따르면 바이아웃에 나설수 있는 전 세계 PEF의 투자자금은 4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차입금까지 동원하면 사모투자펀드의 인수합병 구매력은 이론적으론 2조달러에 이른다.
PEF에 돈이 모이고 이를 토대로 대형 기업 인수가 급증하는 이유는 비교적 싼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것이 아직 쉽기 때문이다.
PEF는 소위 LBO(Leveraged buyout)로 불리는 차입금을 통한 기업인수 방식을 통해 필요 자금의 일부만 갖고도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기업 수익이 호조를 보인 점도 PEF의 식탐을 자극했다. 비상장기업이 갖는 이점도 PEF 붐에 일조했다.
골드만삭스 상업은행 부문 사장인 리치 프리드만은 "기업지배구조와 전략적 의사결정이라는 면에서 PEF의 기업경영이 상장기업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은 상장기업과 달리 분기별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샤베인스 옥슬리법에 의한 각종 규제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PEF도 버블?
맥킨지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PEF들의 성적을 조사한 결과 수익률 상위 4분의 1에 속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연평균 20%로 같은 기간 주가지수 상승률(8%)을 크게 앞섰지만 나머지 4분의 3에 해당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일부 '프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스티븐 카플란 교수는 "돈이 많이 몰리면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인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바이아웃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과 비례해 투자자들의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각국 노동조합으로부터의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 세계 150개국의 900여 서비스 부문 종사자 1500만명을 대표하는 유니언 네트워크 인터내셔널의 필립 제닝스 위원장은 "사모투자펀드가 거금을 차입해 기업을 M&A 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경영을 불안정하게 하고 고용도 불안하게 한다"며 투기성 M&A의 폐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체를 잘 알 수 없는 소수 자본이 움직이는 PEF가 대형 기업의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사모펀드 벤처캐피털협회는 "지난해까지 5년간 영국에서 사모투자펀드의 기업인수합병으로 해당 기업의 직원이 연평균 9% 늘어났다"며 이는 공기업이 같은 기간 새로 만들어 낸 일자리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
지난달 초 세계 최대 PEF인 블랙스톤이 미국 최대 부동산업체인 EOP를 390억달러(약 36조원)에 인수하며 이 분야의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불과 20여일 만에 이 기록도 깨졌다.
지난달 25일 역시 세계 굴지의 PEF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TPG가 미국 최대 전력회사 TXU를 무려 450억달러(약 42조원)에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돈을 동원,국경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기업들을 먹어치우는 PEF들은 단순한 기업인수합병(M&A)을 넘어 글로벌 기업 판도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공룡으로 떠올랐다.
◆일상생활 곳곳에 파고든 PEF
만약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에 던킨 도넛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은 버거 킹에서 햄버거로 해결했다 치자.마침 자동차가 고장나 허츠(Hertz)에서 차를 렌트한 당신은 퇴근길에 부인 생일선물을 사기위해 니만마커스 백화점에 들러 옷을 한벌 샀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이처럼 평범해 보이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사람들은 PEF와 만나게 된다.
위에 열거된 유명 브랜드의 각종 상품과 서비스 업체들은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PEF와 관련을 맺고 있다.
PEF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거나 과거에 소유했던 그런 기업들이다.
이제 사람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하든 PEF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SC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은행들 역시 현재 또는 과거에 모두 PEF라고 불리는 공룡자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PEF는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PEF의 정체
펀드는 자금 모집 방법에 따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공모(公募)펀드와 특정 소수만을 대상으로 한 사모(私募)펀드로 나뉜다.
사모펀드에는 여기서 말하는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는 물론 헤지펀드,그리고 각종 소규모 펀드 등 공모펀드가 아닌 모든 펀드가 포함된다.
PEF는 사모펀드 중에서도 주로 연기금 보험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여 기업 인수에 나서는 회사(Private Equity Firm) 또는 그런 회사가 조성한 펀드(Private Equity Fund)를 말한다.
요즘에는 PEF에 투자하는 PEF(펀드오브펀드)도 늘고 있다. PEF는 주로 기업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를 높여 이를 상장시키거나 되파는 소위 '바이아웃'(buy-out)을 통해 수익을 낸다.
PEF와 헤지펀드는 둘다 사모펀드라는 점과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대규모(최소 10만달러에서 100만달러) 자금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최소규제만을 받으며 투자대상이나 방식에 있어 자유로운 점도 공통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2~4%의 운용수수료와 수익의 15~20%인 성과보수)를 받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헤지펀드 고객 대부분이 돈많은 개인인 반면 PEF의 주고객은 기관투자가들이다.
헤지펀드가 펀드매니저 개인 위주로 운영되지만 PEF는 주로 기업형태를 띤다.
투자대상도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원자재 외환 등 수익이 될 만한 것은 가리지 않지만 PEF는 기업 인수가 주목적이다.
칼 아이칸 같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지분을 인수할 경우에도 궁극적인 목적은 소유권보다는 단기 차익인 경우가 많다.
PEF의 투자기간이 최소 3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는 경우가 많지만 헤지펀드는 단기간 내 수익을 내고 '치고 빠지는' 투자를 주로 한다.
그러나 PEF와 헤지펀드 간에는 최근 규모나 투자행태 등에서 서로 접근하고 있어 점차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국내에도 보고펀드를 비롯 최근 PEF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붐을 이루는 이유
시장조사 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2006년 PEF가 주도한 M&A는 전 세계적으로 7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전년의 두 배,10년 전인 1996년의 20배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M&A에 동원된 1조5600억달러 중 4분의 1인 약 4000억달러 역시 PEF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해 미국 내에서 신규로 PEF에 모인 돈만도 1560억달러에 달한다.
대표적 PEF인 블랙스톤에 따르면 바이아웃에 나설수 있는 전 세계 PEF의 투자자금은 4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차입금까지 동원하면 사모투자펀드의 인수합병 구매력은 이론적으론 2조달러에 이른다.
PEF에 돈이 모이고 이를 토대로 대형 기업 인수가 급증하는 이유는 비교적 싼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것이 아직 쉽기 때문이다.
PEF는 소위 LBO(Leveraged buyout)로 불리는 차입금을 통한 기업인수 방식을 통해 필요 자금의 일부만 갖고도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기업 수익이 호조를 보인 점도 PEF의 식탐을 자극했다. 비상장기업이 갖는 이점도 PEF 붐에 일조했다.
골드만삭스 상업은행 부문 사장인 리치 프리드만은 "기업지배구조와 전략적 의사결정이라는 면에서 PEF의 기업경영이 상장기업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은 상장기업과 달리 분기별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샤베인스 옥슬리법에 의한 각종 규제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PEF도 버블?
맥킨지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PEF들의 성적을 조사한 결과 수익률 상위 4분의 1에 속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연평균 20%로 같은 기간 주가지수 상승률(8%)을 크게 앞섰지만 나머지 4분의 3에 해당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을 밑돌았다.
일부 '프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스티븐 카플란 교수는 "돈이 많이 몰리면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인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바이아웃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과 비례해 투자자들의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각국 노동조합으로부터의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 세계 150개국의 900여 서비스 부문 종사자 1500만명을 대표하는 유니언 네트워크 인터내셔널의 필립 제닝스 위원장은 "사모투자펀드가 거금을 차입해 기업을 M&A 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경영을 불안정하게 하고 고용도 불안하게 한다"며 투기성 M&A의 폐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체를 잘 알 수 없는 소수 자본이 움직이는 PEF가 대형 기업의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사모펀드 벤처캐피털협회는 "지난해까지 5년간 영국에서 사모투자펀드의 기업인수합병으로 해당 기업의 직원이 연평균 9% 늘어났다"며 이는 공기업이 같은 기간 새로 만들어 낸 일자리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