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수출경기가 둔화되고 내수소비마저 살아나지 않아 국내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했으나 지금까지 나온 지표들만 놓고 보면 경기회복 시기는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기업의 설비투자는 되살아나고 있으나 기업인들의 체감경기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지난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기 위축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경우 경기하락폭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올해 경상수지 적자 우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1월 중 국제수지동향(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전달의 1억5000만달러 흑자에서 1월 5억1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다섯 달 만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한 1차적인 원인은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컸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19억4000만달러로 전달보다 6000만달러 증가했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작년 8월(20억8700만달러)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이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는 1월 14억7000만달러로 월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해외로 나가 돈을 쓰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상품수지 흑자폭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품수지 흑자는 전달보다 7억4000만달러 줄어든 12억1000만달러 흑자를 내는 데 그쳤다.

작년 2월(8억3000만달러 흑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 57억달러까지 늘어났던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2월 19억5000만달러로 급감한 데 이어 1월에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월에는 설 연휴가 끼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흑자폭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환율 하락으로 인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 현상이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정삼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작년의 경우 연간 60억달러 흑자가 모두 4분기에 일어났다"며 "상반기에는 경상수지 적자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상반기 중 17억달러 적자,하반기 중 37억달러 흑자로 연간 2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국내 소비는 '꽁꽁'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재판매는 작년 1월보다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7월(-0.8%)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소비재판매가 6.6~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의 경우 설 연휴가 2월로 이동한 영향이 큰 만큼 설 연휴가 끼어 있는 2월의 소비는 지금보다 좋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산업생산은 7.4% 늘어나 수치상으로는 증가폭이 컸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 1월에 설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올해보다 조업일수가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조업일수 변동을 적용한 산업생산 증가율은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05년 1월 1.1%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인근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1월에 설 연휴가 있었던 작년의 조업일수가 23.9일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25.3일로 늘어나 산업생산 증가율이 높아졌다"며 "일부 자동차 업체의 파업과 반도체 관련 업종,휴대폰 등의 수출 부진에 따른 생산감소 등의 영향으로 실질적인 생산증가는 미미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