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이 매년 경영실적 발표와 때맞춰 주주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가 올해는 어떤 내용일지에 미국 월스트리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이 바뀌어 회계연도가 끝나고 60일 이내에 SEC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내달 1일(이하 현지시간)이 그 시한이다.

따라서 작년까지만 해도 토요일에 발표되던 것이 올해는 3월1일인 목요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버핏의 올해 공개편지에 대해 뉴욕 헤지펀드인 T2 파트너스 관계자는 "버핏이 (투자 과실을) 적게 약속하고는 (실제로는 그보다) 많이 배당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올해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T2 파트너스는 투자금 1억5천만달러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버핏이 소유한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에 집어넣고 있다 .
버핏의 편지는 아주 쉬운 영어를 쓰면서도 통렬하고 또 유머러스한 점으로 정평 나있다.

그러면서도 월스트리트와 미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기막히게 꼬집는다는 평가다.

버핏은 또 자신의 잘못을 스스럼없이 편지에 밝히기도 한다.

월스트리트가 버핏의 편지를 기다리는 이유는 그가 지난 1965년 쓰러져가는 직물회사였던 버크셔를 인수해 인수ㆍ합병과 주식 투자를 통해 오늘날 시가총액 1천650억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키운 저력을 무엇보다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60년대 말 주당 10달러에서 시작한 버크셔 주식은 80년대 1천달러로 뛰었으며 90년대에는 1만달러 주식시대를 처음으로 열기도 했다.

급기야 월스트리트 사상 처음으로 10만달러 주식으로 발돋움했다.

버크셔 클래스A 주식은 지난 23일 주당 10만6천800달러로 거래가 마감됐다.

버크셔 주식은 발행 후 한 번도 액면 분할을 하지 않아 현재 클래스A 주식은 모두 113만주에 불과하다.

반면 클래스B 주식은 1천240만주가 발행돼 주당 3천300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참고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기업인 엑손모빌의 경우 발행 주식이 총 59억4천만주 가량이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버크셔 클래스A 주식은 올해 주당 수익이 5천588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주당 수익도 1천410달러로 18%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버핏은 과감한 투자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작년 공개편지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용의가 있다"며 "어떤 일이 생겨도 버크셔는 순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이런 투자 방침은 작년 퍼시픽 코프를 인수하고 기업 프레스 대행사인 비즈니스 와이어와 러셀 코프, 그리고 이스라엘의 이스카르 메탈워킹 등을 인수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버크셔의 인수ㆍ합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작년 9월 말 현재 422억5천만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돈의 이자만도 연간 20억달러 가량이다.

9억달러의 투자금을 운용하는 우드트러스트 애셋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버핏의 철학이 '잘못 투자하는 것보다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사모펀드 등이 현재 많은 자금을 차입해 증시에 대거 투자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월스트리트는 버핏이 현금을 대거 유지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왜냐하면 그가 지난 2002년 달러 약세를 점치면서 환투자를 대거 줄였기 때문이다.

버크셔는 지난 2005년 12월 138억달러에 달하던 환투자를 작년 9월까지 11억달러로 대폭 삭감했다.

버핏은 올해 편지에서 미국의 재정.무역 적자를 거듭 비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작년 공개편지에서도 관심을 끌었던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뭔가 시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T2 파트너스 관계자는 버핏이 올해 76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10년간은 더 일할 것으로 본다"면서 따라서 현 시점에서 후계자를 점치는 것이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