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입이 20파운드인데 지출이 19파운드 6센트라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20파운드를 버는 사람이 20파운드 6센트를 쓸 때,그로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영국의 은행가이자 런던대 부총장,런던상공회의소 의장을 지낸 존 러벅(1834~1913).

그가 '성찰'(노지양 옮김,21세기북스)에서 들려주는 이 잠언은 언제 들어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 두 사람이 쓰는 돈의 차이는 단 1파운드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들의 삶은 그 때문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그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성찰의 깊이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

그는 '인격''자기계발''돈과 부''희망' 등 17가지 주제를 통해 성찰의 의미를 하나씩 일깨운다.

많은 철학자들의 어록과 셰익스피어의 희곡 대사,로버트 번스와 롱펠로의 시 등 동서고금의 격언들이 그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이튼 칼리지 졸업 후 20대에 은행장이 된 그는 특히 '돈과 인생'이라는 화두를 중심에 두고 주옥같은 교훈들을 전한다.

영국 은행가협회 초대 회장이 됐을 때에는 '검약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균형 잡힌 인생을 설계하려면 '인격과 자기계발'이 뒤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가난이 방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달아난다'는 속담을 예로 들며 '검약'(thrift)의 어원이 '번영하다'(thrive)라는 것을 되새겨준다.

그는 "소문난 사업가와 은행가들도 실수를 저지른다"며 "참으로 다행인 것은 사업에서의 성공이 천재성보다는 상식,조심,배려에 좌우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하나의 바구니에 너무 많은 달걀을 담지 말라'는 투자격언과 '네 상점을 돌아보라.그러면 그 상점이 너를 돌볼 것이다'라는 속담의 참뜻도 새롭다.

사업가다운 마음가짐과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명망 있는 사람들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곤조곤 들려준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늑장을 부리거나 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다른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리지 못한 것,작은 일에 쓸데없는 고집을 세운 것 등 비사업적인 요인들'이라는 얘기다.

또 하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라고 그는 조언한다.

'우리는 가끔 날씨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실제로 나쁜 날씨란 없다.

모든 날씨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기쁨을 선사한다.

햇살은 유쾌하고 비는 상쾌하며 바람은 우리를 기운 나게 하고 눈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러스킨이 말했듯이 나쁜 날씨란 없으며 단지 종류가 다른 날씨가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실천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대체로 불행은 애정이 결여되서라기보다는 기교나 사려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을 밝은 미소와 부드러운 말과 유쾌한 태도로 대하라.사람들을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가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이 잘 몰라서,생각이 부족해서,판단력이 흐려서 가장 사랑하고 가장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곤 한다.'

344쪽,1만5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