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서울 K옥션에서 박수근 (1914~1965)의 작품 '노상'이 근현대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10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1962년작 '노상'은 가로 30cm,세로 13cm 크기의 하드보드에 유채로 그려졌으며 토속적인 질감이 잘 표현된 그림이다. 박수근 생전에는 그의 작품 가격이 요즘 시세로 100만원 안팎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박수근은 유복한 환경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화가로 활동하던 1932년부터 1965년까지 본인과 가족은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름 없는 화가의 전형적인 생활상이었다.


어쨌든 '노상'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50년 만에 1000배가량 올랐다. 엄청난 수익률이다. 이런 사례를 들으면 그림에 대한 투자가 다시없는 재테크 수단으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당시로선 명성도 부족하고 환금성도 떨어지는 박수근의 작품을 100만원이 넘는 고가(?)에 구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박수근의 작품은 서양화이면서도 서양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를 특유의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소장자들은 되팔아 이익을 남기겠다는 생각보다 집에 두고 감상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어떤 화가가 대가가 될 것으로 짐작하고 작품을 구입해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는 드물다. 미술품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화랑거리를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명성은 아직 없지만 작품에 끌려 몇 백만원을 흔쾌히 내놓을 수 있는 수집가들이라야 뜻하지 않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요즘 아트(Art)에 경제라는 단어가 흔히 붙어 쓰인다. 고객들은 "앞으로 크게 뛸 것 같은 그림이 없느냐"고 자주 묻는다. 정상적인 가격으로 사기보다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기도 하고 화랑과 계약을 맺고 전시 중인 작가를 몰래 찾아가 직거래를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박수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품 수집가는 우선 예술에 대한 애정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있어야 한다. 혹여 미술품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간직한 채 화랑가를 기웃거리면 '가짜'라는 불청객을 만나 곤욕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표미선 표화랑 대표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