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이드증권이 21일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까지 뛰는 산뜻한 출발을 보이면서 상장 온라인증권사 '맞수 시대'를 예고했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에서 고군분투해온 키움증권도 맞수의 등장이 온라인증권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이트레이드증권은 공모가인 6500원보다 두 배 높은 1만3000원의 시초가로 출발,상한가인 1만4950원로 마감됐다.

2년10개월 먼저 상장된 키움증권보다 나은 모습이다.

2004년 4월23일 상장한 키움증권은 이트레이드와 같은 6500원에 공모가가 결정돼 첫날 시초가 7980원으로 출발했으나 기관 물량이 쏟아지면서 7030원의 하한가를 보였다.

두 회사는 공모가뿐 아니라 최대주주가 모두 IT(정보기술)업체인 데다 비슷한 시기에 온라인 증권거래를 시작하는 등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하지만 이트레이드증권이 국내 최초의 온라인증권사라는 간판에도 불구,최대주주 문제로 성장에 발목이 잡혀있는 동안 후발주자인 키움증권은 공격경영으로 실리를 챙기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당초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이 5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였던 이트레이드증권은 2대 주주인 소프트뱅크(이트레이드재팬의 최대주주)가 LG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 전인 2004년 말까지 시장점유율이 1%대 그쳤다.

반면 키움증권은 무협지 스타일의 HTS '영웅문'과 국내 최저 수수료 등을 앞세워 젊은 고객층을 집중 공략,온라인거래 국내 최강자로 급성장했다.

현재 양사는 점유율 매출 영업이익 등에서 약 5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트레이드증권의 상장을 계기로 본격적인 추격전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손지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트레이드증권이 일본 미국 등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경우 키움증권과 격차를 줄여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증권사 중 유일하게 이트레이드증권에 대한 '매수'의견을 내놓으며 경쟁 증권사의 코스닥시장 입성을 반겼다.

이트레이드증권의 상장이 서로 파이를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에서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최근 2년간 고객이 두 배가량 급증한 데다 가격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며 이트레이드증권의 목표가를 8500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온라인증권사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가 7.9배로 주요 증권사 12.4배에 비해 크게 낮다"며 "주가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손지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존 대형사의 온라인 고객을 잠식해가면서 시장을 확대해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오는 5월 실시되는 미수거래 금지에 따른 손실을 신용거래로 얼마나 보전할 수 있느냐가 단기 성장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