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를 얼추 꿰뚫게 된다는 40대.그동안 열심히 살았고 아이들도 웬만큼 키워놨다.

하지만 서쪽 산허리의 해처럼 체력은 서서히 기울고 접히는 잔주름은 자꾸만 늘어난다.

특히 대다수 중년 여성의 자화상은 그리 밝지 않다.

열정을 쏟았던 가치가 어느 순간부터 무의미해지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맞는다.

가정과 직장에서 겪게 되는 혼란과 폐경기를 앞둔 불안감.비슷한 또래 여성 6명의 개인적 경험을 묶은 '40대여,숲으로 가자!'(안미경 외 지음,바오로딸)에 나타난 우울한 고백을 보자.

'30대 후반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게 됐다.

내 나이로서는 좀 이른 편이었지만 주변에 같은 처지의 사람이 여럿 되었다.

그들은 내게 빈궁마마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고 놀렸다.

한참 후 마취에서 깨어나 병실에 누워 있는데,남편이 두 아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때 갑자기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나는 지금 여자라고 할 수 있는가? 자궁이 없는 여자는 향기 없는 장미,오아시스 없는 사막이 아닌가?'(안미경)

그럼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방향은 어떻게 찾으며 삶의 지평을 넓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올해 마흔 네 살인 억척 농군 봉금이,요구르트 아줌마 해숙이를 소개한 소설가 공선옥은 '자기 존중의 시간,안락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는,오로지 자력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나를 발견해 내는 순간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기적인 자기 가족의 울타리를 깨고 나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때,안온한 일상의 틀을 벗어나 인생의 의미를 찾는 눈을 가질 때 비로소 이웃과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린다'(강완숙)는 공동체적 성찰에 이른다.

장애인 제부를 둔 함인희 교수,성경의 지혜를 전하는 김혜윤 수녀,생태 여성신학자 유정원씨도 따뜻한 화해와 조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큰한 뼈들을 서로 껴안고 배꽃처럼 웃는 유쾌한 아줌마들이 되세요"

216쪽,95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