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2.13 합의' 계기 EU공동체 모델 강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5일 `북핵 2.13 합의'를 계기로 장래에 동북아에서도 평화와 공존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EU (유럽연합) 공동체 모델과 같은 평화 협력질서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시간 16일 새벽) 로마 시내 숙소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EU라는 체제에 무한한 존경심을 갖는다"며 "지난날 자기들끼리 죽이고 지배하고 좋지 않은 일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이웃간에 적대 불신을 허물고 신뢰를 쌓아 하나로 협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같은 데에서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서 가난한 동네 돕자고 해도 항의해 어려운데, EU는 남의 나라 것인데 분담금으로 덜 개발되거나 소득이 낮은 나라를 지원하는 데 지원액수가 엄청나다"고 부러움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동부쪽으로 EU를 확대하면서 서부쪽 EU 재정이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역사를 위해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회원국을) 확대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신뢰, 협력, 평화공존을 실천할 수 있는 문명관이 일류"라며 "저는 유럽에서 새로운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웃간에 서로 믿지 못하고 과거 잘못을 사과 안하고, 군비경쟁 지역이라면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될 수 없다"며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EU의 상황에 빗대어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적대적 긴장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20년, 30년 후에는 아시아가 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부를 생산하는 중심이 될 것이지만 문명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며 "화해협력, 평화공존의 틀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 이유로 들었다.

노 대통령은 "그 중 가장 결정적인 게 한반도"라며 "과거 누구에게 잘못이 있었든 민족끼리 동강을 내고, 서로 믿지 못하고, 과거 잘못을 사과하지 못하고, 소위 말발이 서지 않는다"고 남북간 불신과 대치상태를 거론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이류국가 밖에 안된다"고 했다.

이날 발언은 평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동북아에서의 평화공존을 강조해온 노 대통령이 EU식 평화 해법을 하나의 거울로 삼아 동북아에서 관계개선 및 협력과 평화의 질서를 구축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 핵문제를 해결했는데 우리가 상당히 부담이 되더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런 역사의 질곡에서 해방되자는 것, 질곡을 뛰어넘자는 것이다.

그 만큼 6자회담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런 수준의 것이 아니라 미래 일류의 역사, 평화와 공존이라는 역사와 대의를 멀리 보면서 한발짝 한발짝 큰 걸음을 내딛는 정말 뜻깊은 것"이라고 '2.13' 합의의 의미를 거듭 평가했다.

(로마연합뉴스) 성기홍 이상헌 기자 sdh@yna.co.kr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