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가 당초 예산보다 2조7000억원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초과 징수 규모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또 정부가 쓰기로 했다가 안 쓴 예산 규모(일반 회계 기준상의 세계 잉여금)도 1조4000억원으로 2001년(2조4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돼 보다 정교하고 세심한 예산 편성과 운용으로 나라 살림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편호범 감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2006 회계연도 총세입부와 총세출부'를 마감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 예산 편성 때 잡은 국세 수입(135조3336억원)보다 지난해 2조7107억원(2.0%) 많은 138조443억원을 거둬들였다.

이 같은 초과 징수액은 뜻밖의 경기 활황으로 세수가 13조2318억원이나 더 걷혔던 200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산 대비 징수 실적은 △2001년 미달(-1063억원) △2002년 초과(3179억원) 등을 왔다갔다하다 △2003년(-2817억원)과 2004년(-4조2729억원)에 연이어 대규모 미달 사태를 냈으며 2005년 다시 초과(4160억원)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세 초과 징수 내역을 보면 △증권거래세 7000억원(예산 대비 40.1% 초과) △종합부동산세 3000억원(30.1%) △소득세 3조3000억원(12.0%) △법인세 2조5000억원(9.2%) 등 부동산 및 주식 관련 세목들에서 초과 징수가 많이 발생했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내수경기 부진으로 3조2000억원(-7.8%)이 덜 걷혔고 교통세는 2조1000억원(-18.2%),교육세와 주세도 각각 3000억원(-7.3%)과 2000억원(-5.9%)씩 덜 걷혔다.

이같이 세수가 많이 걷혀 정부는 당초 발행하려던 국채(1조3000억원)를 취소하고 기업은행 지분 등의 매각도 늦췄다고 재경부측은 설명했다.

또 정부가 당초 일반회계 예산으로 잡아놨다가 집행 지연이나 세수 절감 등으로 안 쓴 세계 잉여금(세입-세출-이월금)도 1조4000억원으로 2001년(2조4074억원) 이후 그 액수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 회계에서도 1조원이 덜 쓰여 지난해 세계 잉여금은 2조4000억원에 달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을 운용하다보면 어느 정도 규모의 세수 초과나 불용액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입 추계 시스템 등을 만들어 나라살림을 안정적으로,예측 가능하게 운용해 나가는게 앞으로의 숙제"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