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주물회사 사장인 S씨는 요즘 전기요금 생각만 하면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산업용 전기료가 4.2% 오른 지난달 중순,생산원가를 한푼이라도 줄여볼 요량으로 "토요일 전기요금을 할인받을 수 없겠느냐"고 인근 한국전력에 문의했다가 "지금도 밑지고 전기를 공급하는데,너무 욕심을 부린다"는 핀잔만 들었기 때문이다.

매월 매출의 8.5%를 전기료로 쏟아붓고 있다는 S씨는 "중국업체와의 부품단가 경쟁이 거세지다보니 궁여지책을 냈다가 괜한 인심만 잃었다"며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지가 언젠데,아직도 토요일을 평일요금으로 매기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토요일 전력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됨에 따라 토요일도 사실상 공휴일이 된 만큼,공휴일 전력요금 기준으로 할인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산업용 공휴일 전력은 계절별,시간대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1kwh당 최저 30원40전(한겨울 경부하시) 정도에 공급되고 있다. 평일 요금 최고치(129원10전,한여름 최대부하시)의 23%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력수요량이 적은 공휴일은 전기가 어차피 남아도는 만큼 싸게 공급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요일 요금은 지난해 7월 주5일 근무제 확대 실시 이후에도 여전히 평일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다. 이런 탓에 업체들은 토요특근수당을 인상하는 등 국가시책인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인건비 확대부담은 고스란히 지는 반면,전기료나 기타 생산비용은 그대로여서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토요일 전력요금이 공휴일 기준으로 전환될 경우 매년 46억여원이 절약될 수 있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업체가 수천개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를 많이쓸 수밖에 없는 제조업체들은 수요공급과 생산원가를 반영하는 전기요금 부과원리에 비춰봐도 인하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여름 전력 요금이 가장 비싼 이유가 초과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값비싼 LNG발전소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고,심야전력이 가장 싼 이유는 최소한의 발전시설을 가동해도 되기 때문이므로 토요일 전기요금도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전기학회 조성봉 박사는 "국가 간 맞 비교는 어렵지만 일본의 경우는 공급자와 업체의 1 대 1 계약 같은 유연한 요금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한국도 전력수요 관리 능력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만큼 산업적 특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에 따른 종합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올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50인 이상으로 확대되는 점을 감안,연내에 요금체계 조정 여부를 결정키로 하고 전력사용량 증감 추이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 직전인 2003년 12월 토요일 평균 전력사용량은 일요일보다 9.5%가량 많았으나 현재(2006년 12월 기준)는 8.2% 선으로 좁혀진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로선 토요일 전력사용량이 일요일과 평일의 중간 정도여서 즉각적인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일요일과 토요일의 사용량 격차가 더 좁혀질지를 세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조기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