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에 대해 증권사에서 내놓은 보고서의 방향은 극과 극을 달렸다.

지난 4분기 실적이 부진한 상태라는 평가는 동일했지만 향후 실적 전망과 그에 따른 주가 추이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다.

메리츠증권, 우리투자증권, 크레디리요네증권은 하반기에 차기작들의 성과가 나오면 실적이 개선될 거라며 엔씨소프트 주식에 대해 매수 추천했다.

그러나 삼성증권, 대신증권, JP모건증권, 모건스탠리증권은 차기작들이 성공할 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며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보유, 시장수익률, 비중축소 등 사실상 투자를 보류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보고서가 나온 8일은 물론, 하루 지난 9일 오후 1시 25분 현재도 하락세다. 부정론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적인 것이고, 이렇게 엇갈린 평가가 팽팽히 맞서고 있을 때 투자자들은 헷갈린다. 누구 말을 듣고 매수와 매도를 결정해야 할 지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종 나오는 엇갈린 평가에 과연 개미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애널리스트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감안해야

우선 기억해야 할 것은 증권사의 보고서도 ‘사람’이 작성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애널리스트 개인의 관심사와 시야, 분석능력 등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9일 국민은행에 대해 나온 보고서를 예로 들어보자.

국민은행은 지난 4분기 실적이 아주 좋게 나왔고, 배당액도 주당 3650원에 이를 정도로 높아 이날 아침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매수’를 외치는 긍정적인 보고서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날 현대증권은 모두가 예스할 때 용감하게 ‘노’를 외쳤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고배당보다 성장을 위한 자본투자를 해야 할 시기”라며 고배당에 점수를 주지 않았다.

또한 그는 “그 동안 국민은행의 주가가 많이 올라 부담스럽다”며 ‘매수’였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수준으로 낮췄다.

이윽고 9시. 장이 열리자마자 국민은행의 주가는 급등했다. 결과적으로는 현대증권이 분석을 잘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남다른 시각은 투자자들에게 해당 종목을 또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 보고서에는 정답이 없다

정답이 존재하는 4지선다형 학교시험문제와 달리, 기업전망과 주가에는 정답이 없다. 이는 증권사 보고서를 볼 때 반드시 생각할 문제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NHN처럼 누가 봐도 확실히 잘하고 있는 기업, 혹은 요즘 LG필립스LCD처럼 계속 부진한 기업은 대체로 보고서의 방향이 비슷할 때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일 경우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난하게 운영되던 기업이 어느 날 변화를 발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동양메이저는 최근 한일합섬을 인수했다. 이처럼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며 신규 사업을 시도한다든지, 네오위즈처럼 지주회사로 전환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갑자기 일대 변신을 선언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해당 기업 내부적인 문제 외에도 사업 여건에 따라 기업의 실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점쟁이가 아닌 이상 정확한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 투자기간 따라 보고서를 다르게 받아들여야

한편, 장기간 투자할 것인지, 단기 수익을 챙길 것인지에 따라 보고서를 비판적으로 읽는 자세도 필요하다.

어떤 기업이 M&A를 통해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면 단기간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 이익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인수한 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전반적인 이익률이 올라갈 수 있다.

장기투자자라면 이런 기업의 주식을 사야겠지만 단기투자자라면 매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거꾸로 차입금을 동원해 인수합병한 당시에는 향후 전망이 장밋빛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합병 후 금융비용 부담이나 기업문화 통합의 어려움 등으로 수익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매수, 매도 의견만 보고 사고 팔기 보다는 해당 종목의 전후좌우 맥락을 잘 살펴서 스스로 투자를 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고서 낸 증권사의 국적도 고려 대상

또 하나 생각할 점이 있다. 바로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다.

국내 증권사는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매도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국내기업은 국내 증권사에게 분석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관투자가로서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소신껏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와 외국계 증권사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 주가가 보통 대부분 외국계증권사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외국인들의 힘이 더 강한 편인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통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를 참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역시 학교시험문제처럼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처럼 꿈틀대는 증권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서 그렇다.

그러니,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결국 믿을 건 투자자 자신뿐이다. 자신만의 투자관점을 지니고 비판적으로 리포트를 소화할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