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 있는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사무실. 벽면에 '종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해 지역구 의원들에게 편지와 팩스를 보냅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편지나 팩스를 보낼 의원 명단과 팩스번호,편지에 담길 내용도 별도로 작성돼 있다.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에 지난달 31일 전격 상정된 종군위안부 결의안의 통과를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거물 로비스트를 고용해 총력 저지운동에 나섰다. "이를 극복하려면 지역구 선거권자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에게 이런 압력을 행사하는 게 최선"이라는 게 이 센터 김동석 소장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서부지역에선 '내가 살아있는 한(As Long As I Live)'이란 주제로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는 증언집회가 열린다. 비용은 한 교민이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이에 앞서 동부지역 대형 마트인 한양마트와 한인권익신장위원회는 작년 말 1만1200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연방하원의원에게 전달했다.

교민들의 이런 노력에 부응하기라도 하듯이 결의안이 하원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아시아계와 유대인 일부 백인들까지 합세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 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의원들도 결의안 채택에 적극적이어서다. 때마침 하원도 오는 15일 한국과 네덜란드 출신 일본군 강제위안부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고민이 생겼다. 우선은 한국 정치인들의 관심이다. 이달에만 상당수 정치인들이 워싱턴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들이 결의안 문제를 본격 제기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정치싸움으로 몰아가 결의안을 무산시키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든다는 게 상당수 한인들의 우려다. 다른 고민은 비용이다. 거물 로비스트를 사는 것은 고사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선 체재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한국 정치인과 기업들은 이에 대해선 나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사비를 털어서라도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는 사람들과 다된 밥에 손만 얹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