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금 값은 온스당 1000달러로 치솟을 것입니다."

지난해 초 원자재 값이 급등하자 자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상품 펀드를 내놓으며 했던 말이다.

'상품의 귀재' 짐 로저스의 전망이라는 설명과 함께 홍보가 이어지자 금세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하지만 하반기 상품시장은 약세로 돌아섰고 해당 펀드들은 대부분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러자 운용사들은 상품펀드를 뒤로 밀쳐둔 채 또 눈길을 끌 만한 새 펀드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상품펀드를 둘러싼 불과 1년 전의 기억은 펀드시장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판매사는 감언이설을 남발하고,투자자는 '감이 좋다'며 선뜻 돈을 맡긴다.

감독당국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기본에 충실한 펀드장기투자 문화 정립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은 "부동산 등에 투자할 때는 오랜 기간 정보를 모으고 고민하면서,펀드투자는 흘려듣는 정보에 따라 마치 주식단타 매매하듯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나쁜 관행이 자리잡았다"고 꼬집었다.

펀드시장 인프라 확충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자산배분 계획을 세워야 장기투자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도움받을 곳이 없다 보니 광고 공세에 휘둘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협회 최봉환 전무는 "금융선진국에는 맞춤펀드를 골라주는 온라인 서비스망이 잘 깔려 있다"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은행 판매 편중에 따른 폐혜가 큰 만큼 다양하고 전문적인 판매채널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펀드에도 장기분산투자 원칙은 중요하다.

외국증시의 주가지수 이름도 모른 채 '경제가 고속성장 중'이라는 무책임한 말로 고객을 현혹시키는 영업 맨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들은 중국 경제가 2000~2005년 중 고성장할 때 주가는 오히려 반토막 났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최홍 랜드마크자산운용 사장은 "신흥증시에서는 몇 달 만에 주가가 50%나 폭락하는 일도 종종 있다"며 "해외펀드도 안정적인 장기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이머징에 집중돼 버린 해외펀드시장에 충격이 올 경우 한국 자본시장은 또 몇 년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한 감독당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관계자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판매행위준칙'에 벌칙조항이 있지만 판매사가 처벌된 사례는 한 건도 없을 만큼 시장 감독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미국이 학자금 마련용 교육자금펀드의 소득세를 면세해주는 529플랜을 2001년 도입,관련 자산을 4년 만에 8배로 불린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