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들이 지난해 국내사를 압도하는 매출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적동동성(생동성) 시험 조작 파문이 지난해 제약업계에 회오리를 일으키며 국내사 주요 수입원인 복제약 대신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국내 10대 제약사의 지난해 성장률은 평균 7.3%를 기록,한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장률은 2005년 13.7%에 비해 6.4%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업체는 한미약품(12.1%)과 중외제약(10.8%·추정치) 2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 업체는 한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이에 비해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10~30%의 고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17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려 2005년(1310억원) 대비 30%가량 성장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 등 오리지널 신약들이 지난해 대부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매출이 2300억원대로 전년(1832억원) 대비 26%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한국GSK와 한국사노피아벤티스는 20%대의 성장을,한국화이자,한국MSD,한국베링거인겔하임,한국오츠카,한국로슈,한국얀센 등은 10%대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효능을 내도록 만든 약)과 개량신약을 앞세워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 시장을 잠식해온 추세를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의사 처방약 시장점유율은 처음에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국내사들이 그러나 이에 맞서 개량신약 및 복제약을 대거 내놓자 점유율 상승이 둔화됐고 2005년에는 처음으로 하강세에 돌입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난해 생동성 시험 조작 파문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주요 수입원인 복제약 판매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반전된 것.

제약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품목 수 기준으로 68%,금액 기준으로 38% 정도(2005년 기준)에 이른다.

가장 많은 의약품이 생동성시험기관에 의해 시험 결과가 조작됐던 유한양행은 2005년 국내 제약 순위 2위에서 지난해 3위로 떨어지는 고초까지 겪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생동성시험 조작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올해 국내 제약업계는 다국적 제약사에 시장을 더욱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윤·임도원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