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환경부와 공정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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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중에서 '사전 예방적'이라는 단어를 유달리 좋아하는 곳들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가 그렇다.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환경부의 환경 관련법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들 양 부처는 공통적으로 과거에 비해 힘이 크게 세졌다. 짐작하겠지만 '사전 예방적'이라는 명분이 '사전적 규제'로 이어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앞으로도 공정위와 환경부의 힘은 점점 더 세질 게 분명하다. 경쟁과 환경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지는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힘이 어떤 방식으로 발휘되느냐에 있다.
사실 출자총액제한제가 완화된다고 하지만 공정위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 공정위가 끝까지 새로운 대안적인 규제를 찾으려 했던 것만 하더라도 그만큼 사전적 규제가 주는 힘에 미련이 많기 때문으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규제는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시장 메커니즘에 맞는 것도 아니고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도 아닌, 다시 말해 전혀 '시장친화적'이지도 '혁신친화적'이지도 않은 까닭이다. 오히려 공정위가 시장의 발전에 맞추어, 또 새로운 혁신에 맞추어 스스로 규제 메커니즘을 변화시키는 않으면 안될 판이다. 공정위가 선진화를 원한다면 힘을 발휘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분야라고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얼마 전 소위 '자원순환경제사회 형성을 위한 기본법' 제정 문제를 놓고 산자부와 환경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환경부가 맡고 있는 폐기물 관리 등과 연계되지 않은 자원순환경제를 기대하는 것도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환경규제만으로 선진적인 자원순환경제를 기대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불허했지만 그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이닉스가 중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 때문도 아니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정치적 고려 때문도 아니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하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수질환경보전법의 동시 개정이 필요한,달리 말하면 환경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면 더더욱 큰 일이다. 지금 같은 환경규제 방식이 계속될 경우 하이닉스 건은 해결되기 어렵다. 앞으로 제2, 제3의 하이닉스 건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환경부 관계자는 법을 개정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규제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한다. 아예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환경규제 문제의 본질은 규제 자체의 강·약을 떠나 구리 납 비소 등 이른바 특정 수질유해물질 배출시설은 입지 자체를 불허한다는 사전적, 원천적 규제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환경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지금도 과연 타당한지, 또 얼마나 효과적인지 따져 볼 때가 됐다. 아니, 진작 그랬어야 했다. 규제를 통한 혁신효과까지 염두에 둔다면 최소한 합리적 기준과 범위를 제시하는 게 선진적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규제도 환경변화와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규제가 스스로 진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경제사회 전반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는 기대하기 어렵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앞으로도 공정위와 환경부의 힘은 점점 더 세질 게 분명하다. 경쟁과 환경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지는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힘이 어떤 방식으로 발휘되느냐에 있다.
사실 출자총액제한제가 완화된다고 하지만 공정위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 공정위가 끝까지 새로운 대안적인 규제를 찾으려 했던 것만 하더라도 그만큼 사전적 규제가 주는 힘에 미련이 많기 때문으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규제는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시장 메커니즘에 맞는 것도 아니고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도 아닌, 다시 말해 전혀 '시장친화적'이지도 '혁신친화적'이지도 않은 까닭이다. 오히려 공정위가 시장의 발전에 맞추어, 또 새로운 혁신에 맞추어 스스로 규제 메커니즘을 변화시키는 않으면 안될 판이다. 공정위가 선진화를 원한다면 힘을 발휘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분야라고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얼마 전 소위 '자원순환경제사회 형성을 위한 기본법' 제정 문제를 놓고 산자부와 환경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환경부가 맡고 있는 폐기물 관리 등과 연계되지 않은 자원순환경제를 기대하는 것도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환경규제만으로 선진적인 자원순환경제를 기대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불허했지만 그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이닉스가 중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 때문도 아니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정치적 고려 때문도 아니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하고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수질환경보전법의 동시 개정이 필요한,달리 말하면 환경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면 더더욱 큰 일이다. 지금 같은 환경규제 방식이 계속될 경우 하이닉스 건은 해결되기 어렵다. 앞으로 제2, 제3의 하이닉스 건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환경부 관계자는 법을 개정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규제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한다. 아예 말도 꺼내지 말라는 식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환경규제 문제의 본질은 규제 자체의 강·약을 떠나 구리 납 비소 등 이른바 특정 수질유해물질 배출시설은 입지 자체를 불허한다는 사전적, 원천적 규제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환경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지금도 과연 타당한지, 또 얼마나 효과적인지 따져 볼 때가 됐다. 아니, 진작 그랬어야 했다. 규제를 통한 혁신효과까지 염두에 둔다면 최소한 합리적 기준과 범위를 제시하는 게 선진적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규제도 환경변화와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규제가 스스로 진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경제사회 전반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는 기대하기 어렵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