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한달 ‥ 등산객 66% 급증…주변상가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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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계동에 사는 이경남씨(49)는 최근 주말 가족 산행지로 수락산 대신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는 1600원의 입장료를 받던 북한산 국립공원이 올해 1월1일부터 무료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입장료가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지만 서민 입장에서 조금은 부담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국립공원답게 주변 산들에 비해 산세가 크고 경관이 뛰어난 북한산 출입이 자유로워져 앞으로도 가족과 함께 자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 탐방객 수가 '공짜특수'를 타고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간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 수는 50여만명.지난해 같은 기간의 30만4000명보다 64% 증가한 규모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 전국 국립공원의 1월 탐방객 수는 151만5000여명으로 작년 동기 90만9000여명에 비해 66% 늘어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도봉사무소 배은호씨는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인근 수락산 등을 찾던 등산객들이 북한산으로 한꺼번에 몰리는 것 같다"며 "1600원이 적은 돈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탐방객 수 증가에 따라 주변 상가의 경기도 좋아지고 있다. 등산용품 전문 업체인 ㈜ 레드페이스 도봉점의 경우 매출이 작년 1월에 비해 179% 성장했다. 레드페이스 송형일 전무는 "할인 행사를 한 영향도 있지만 북한산 국립공원 인근 점포의 매출 신장률이 회사의 전체 매출 신장률 56%를 훨씬 상회한다"며 "유동인구가 늘어난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두부전문점인 원조 가마솥 두부천지의 박노윤씨(60)는 "올 들어 매출이 5~10% 증가하고 있다"며 "매출 신장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불황을 감안할 때 이 정도 매출 증가도 꽤나 고마운 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매출 증가는 주로 가격대가 낮은 상품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 에델바이스 도봉산점의 이효택씨(43)는 "입장료에 부담을 느끼던 사람들이 주로 늘었기 때문에 고가 제품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다"며 "전체적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야크 홍보팀 김용만씨는 "블랙야크 도봉점 매출이 작년에 비해 3% 성장했다"며 "고가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전문 산악인들이 늘어난 것은 아니어서 크게 매출이 신장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탐방객 수 증가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입장료 폐지를 관리와 단속 폐지로 오해해 애완동물을 대동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탐방객도 늘고 있다. 북한산 구기분소의 이승평씨(63)는 "과도기 단계라 담배를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며 "관리 단속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산행하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