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경쟁의 중심축은 친환경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각국 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이미 1997년 하이브리드카(휘발유·전기 혼용차)인 프리우스를 개발,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95%를 차지하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도요타에 한 발 밀린 GM 다임러크라이슬러 BMW는 하이브리드카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고 GM은 수소 연료전지차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지난해부터 디젤 차량에 대해서는 유럽의 '유로 Ⅳ',가솔린 차량에 대해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LEV 2' 등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제 친환경 차량을 개발하지 못하면 자동차 업체는 생존마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흐름에 대응,2003년 글로벌 환경 경영 선포식을 갖는 등 환경 경영을 핵심 경영전략의 하나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경영의 결정체는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친환경 차량.오는 2010년이면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150만대에 이를 예상인 상황에서 친환경 차량 개발은 현대·기아차의 사활이 걸린 중대 과제가 됐다.

현대·기아차의 친환경 차량 개발은 연료전지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2004년 클릭 하이브리드 모델 50대를 수도권 내 공공기관에 제공한 것이 시발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는 368대의 하이브리드카를 공공기관에 판매했으며 올해와 내년에 걸쳐 3390대의 하이브리드카를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연료전지차 분야에서는 2000년 스포티지 연료전지차를 선보인 데 이어 2001년에는 싼타페 연료전지차,2004년에는 투싼 연료전지차와 제2세대 스포티지 연료전지차를 잇따라 내놓았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스회사인 AC Transit사가 투싼 연료전지차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까지 연료전지차의 연비와 주행거리 등을 개선하고 양산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환경 경영은 친환경 차량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제품 개발과 생산은 물론 판매와 AS,폐차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기본 방침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2005년 9월 경기도 용인에 환경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현대·기아차 환경 경영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연구소에서는 친환경차 개발과 배기가스 저감,연비 향상 기술 등 제품 관련 친환경 기술과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 저감,에너지 폐기물 재활용 기술 등 생산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태양광 반사판을 이용한 자연 채광 시스템과 이중유리를 통한 냉난방 효율화 장치 등으로 연간 1000t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등 연구소 자체도 친환경적으로 지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 내에 친환경 폐차 처리장인 '자동차 리사이클링 센터'를 준공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통해 폐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가스를 85% 이상 회수하고 내외장품의 8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또 매년 정기적으로 전 세계 환경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환경 이슈 대응 정기협의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11월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제2회 협의회에서는 각국의 최근 환경 규제 동향을 공유하고 이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기아차는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생산-판매-AS-폐차에 이르는 기업 활동의 전 과정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의 기준을 표준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후 변화와 천연자원 고갈 등 환경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날로 심화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능력이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