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 휴대폰 업체인 미국 모토로라.지난 2년간 슬림폰 '레이저'에 힘입어 '고공비행'했던 이 회사가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해 3500명을 감원하기로 한 마당에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모토로라 지분을 인수하고 나서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아이칸은 모토로라 주식 335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39%.그는 지난달 29일 모토로라에 이사로 선임되길 원한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

또 모토로라가 보유한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해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아이칸의 경영 개입이 없어도 모토로라로서는 심난한 판국이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나 감소했고 3년 가까이 두자릿수 행진을 계속했던 영업이익률이 단숨에 4.4%로 곤두박질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레이저의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이저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내놓은 후속 모델 크레이저가 혹평을 받고 있다.

'레이저만큼 신선하지 못하다'는 게 이유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크레이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이 바람에 마케팅을 벌여도 판매가 신통치 않다.

결국 모토로라는 신제품이나 다름없는 크레이저 가격을 내렸다.

모토로라코리아의 경우 최근 크레이저 출고가를 54만4000원에서 49만9000원으로 5만원 가까이 낮췄다.

용산전자상가 등 휴대폰 매장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합쳐 20만원대에 크레이저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휴대폰 업계는 모토로라가 난관을 벗어나려면 새로운 히트 모델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레이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팔리는 시장에서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면 소비자 주머니를 열지 못한다"면서 "거의 전적으로 히트 모델에 의존하는 모토로라의 전략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