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급속히 둔화하는 가운데 '펀드 대중화' 3년째를 맞아 환매 대란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동시에 해외 펀드로는 '묻지마'식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와 운용업계 감독당국 등이 기본에 충실한 새로운 투자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펀드 시장의 문제점과 가야 할 방향 등을 짚어본다.


"쌍춘년 자식 결혼비용으로 쓸 것이라며 지난해 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더니 올 들어선 국내 펀드를 무조건 해외 펀드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하루에도 여러 건입니다." D증권 서울 방배지점의 K차장(41)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낮아졌다"며 "연초보다 진정되기는 했지만 자칫 환매 바람이 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요즘 객장 분위기를 전했다.

펀드 열풍이 분 지 불과 3년 만에 시장이 급팽창한 것처럼 반대로 급격한 위축도 가능할 것이란 우려다.

한국 증시 대세 상승의 일등공신인 펀드시장에 최근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증시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펀드'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기업 실적이 예전에 비해 훨씬 탄탄해졌고 해외 여건도 좋아 상승 추세를 바꿀 만한 큰 위협은 없지만 펀드 환매가 본격화되면 견디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쏠림 현상이 심한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으로 볼 때 환매 쪽으로 방향이 정해질 경우 예상을 넘어서는 물량이 쏟아지며 과도한 주가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도 "올해는 펀드 환매로 인해 자금 유입이 주춤해지는 점이 증시 수급의 복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움직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재예치금 등을 제외하고 국내 주식형펀드로 실제 들어온 신규 자금은 지난해 7월 이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3개월 평균 신규 유입액은 2006년 7월 1조7700억원에서 올 1월엔 5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줄어든 돈의 상당부분은 해외 펀드로 빠지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펀드 유입액은 8197억원으로 6개월 전에 비해 6.2배나 늘었다.

물론 해외 펀드 투자 붐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무분별한 투자와 이를 부추기는 듯한 일부 운용사 및 판매사의 행태는 위험천만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해외 펀드 투자가 이머징마켓에 거의 '몰빵'되고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전체 해외 펀드 투자 중 중국펀드가 32%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지역(일본 제외)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시장 펀드는 전체의 23%에 그친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아시아와 남미의 과거 외환위기에서 보듯이 이머징마켓은 자주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신흥 증시 일변도의 편식 투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환율을 잡겠다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해외 펀드 양도차익 비과세 조치도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것이란 얘기가 많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펀드시장이 급팽창했지만 투자문화는 제자리걸음"이라며 "펀드에 대해 바로 인식하고 원칙에 충실한 투자문화를 가꿔가지 않으면 자본시장의 새 지평을 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