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표가 난 의료법 개정안(시안)은 1973년 이후 34년 만에 전면 개정하는 것으로,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방향은 △환자의 편익 증진 △의료기관 규제 완화 △입법상의 미비사항 보완 등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의료단체,시민단체,전문가들이 지난해 8월부터 실무작업단을 구성,5개월간 법을 '거의' 뜯어고치는 작업을 진행했다.

89개 조항의 법 조문은 133개로 늘었다.

개정안에 대해 의사협회 등이 일부 권익을 침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으나 큰 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형 진료비 등 비교·할인 가능

환자들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종합병원 내 양·한방·치과 협진 허용 △비급여 진료비용 고시 의무화 △처방전 대리 수령 허용 △의사의 질병·진료방법 설명 의무화 등이다.

특히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양·한방·치과의 협진을 허용한 것은 진료를 받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했던 환자들의 불편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만 외래 환자들이 양방과 한방 진료를 차례로 받았을 때 초진료를 한 번만 내게 하는 등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용을 고시토록 의무화하고,이를 할인·면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환자들 입장에서는 큰 혜택이다.

지금은 진료비용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만 신고하도록 하고 있어 환자들이 이를 비교할 방도가 많지 않다.

◆병원 내 산후조리원 설치 허용

의료계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규제 완화 방안들도 대폭 수용했다.

병원 이름에 '클리닉'이나 '호스피탈' '메디컬센터' 같은 영어를 사용할 수 있고,부대시설로 산후조리원이나 관광회사,의료정보 제공회사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아울러 현재 병원과 종합병원은 한 개의 의료기관만을 독립적으로 개설·운영토록 한 규제도 풀어 병원 내 유휴시설이나 공간을 의원에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유휴설비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병원 간 합병 절차를 신설해 망하는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토록 허용하고,국내 보험사 또는 해외 에이전트를 통해 국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의료기관 대형화와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취통증 등 프리랜서 진료 허용


의사들의 근무환경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우선 현재의 봉직의료인 제도(소속 의료기관 내에서만 진료 가능)가 완화돼,마취통증의학과 의사나 임상병리학과 의사 등은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이 병원,저 병원을 옮겨 다니며 프리랜서로 진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타업에 종사하다 의사업으로 복귀할 때 의무교육을 강화해 사실상 '면허 갱신제'로 활용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요구는 없던 일로 했다.

정부와 의료단체들은 △의사들이 매년 받는 보수교육(직무 재교육) 시간을 8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리고,오랜만에 복귀하는 의사는 그 시간을 40시간으로 연장,적용하는 선에서 면허 갱신제 논의를 결론지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

[ 용어풀이 ]

◆표준 진료지침=질병별로 표준적인 진료 방법과 절차를 적어 놓은 안내서.예컨대 목감기의 경우 상태에 따라 어떻게 진찰하고 약을 처방해야 하는지를 적어 놓은 책이다.

강제성은 없다.

◆간호진단=의사들이 행하는 '진단(diagnosis)'이 환자의 병명이나 치료 방법 등을 찾기 위한 것이라면 간호사들의 '간호진단'은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의 반응을 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예컨대 의사가 후두염을 진단하고 목 청결 유지를 지시했다면,간호사는 목 청결을 위해 가습기를 쓸지 또는 산책을 주기적으로 하도록 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