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록키' 시리즈와 관련된 인물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다.

극중 이탈리아계 이민자인 록키는 미국 뒷골목의 불량배로 전전하다 챔피언으로 발돋움했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주역까지 맡은 이탈리아계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도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다.

'록키' 시리즈는 1976년 첫 편의 성공 이후 1990년까지 5편이나 제작됐다.

그 과정에서 록키는 영화 사상 가장 성공한 캐릭터로 남게 됐다.

16년 만에 나온 여섯 번째 영화 '록키 발보아'는 록키의 명예로운 은퇴식을 담은 작품이다.

줄거리는 판에 박혀 있지만 실화 같은 드라마가 큰 울림을 전달한다.

이 영화에서 가상의 주인공 록키와 실존인물 스탤론은 동일인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늙어버린 스탤론이 록키의 전성기를 회고하며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동화된다.

이것이 대중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다.

중년의 록키가 현역 세계챔피언과 싸우기 위해 링에 복귀하는 내용이 기둥 줄거리지만 이야기의 절반 이상이 과거의 영광을 음미하는 록키의 현재 삶에 할애돼 있다.

레스토랑 경영자로 살고 있는 록키는 손님들에게 왕년의 무용담을 들려준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숨진 뒤 묘소를 돌보고 증권회사에 취직한 아들과 서먹한 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백발이 성성한 처남과 친지들의 모습,아내의 젊은 시절을 담은 회상신들은 1편이 나왔던 30년 전으로 관객들을 곧장 데려간다.

'빠바밤 빠바밤~'으로 이어지는 익숙한 주제곡과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신도 추억을 환기시킨다.

과거사는 그것이 픽션일지라도 우리의 기억에 실제 경험처럼 남아 있게 마련이다.

현재와 밀접한 회상신들은 영화와 현실의 거리감을 좁혀주고 관객들도 록키를 실존인물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장면을 오랫동안 보여주느라 스탤론의 훈련과 시합 장면은 시리즈 중 가장 적다.

중년의 록키가 세월의 경륜을 담아 들려주는 대사야말로 이 작품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록키가 아들에게 전하는 말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한 영웅의 인생관이 녹아 있다.

"인생이란 것은 난타전이야.거기서 얼마나 세게 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맞고도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지." 이야기의 주제이자 결말을 알려주는 복선이다.

"자신을 믿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오는 15일 개봉.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