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사들이 새해 벽두부터 철강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달부터 빌딩 상가 등의 건축자재로 쓰이는 H형강 가격을 제품별로 t당 3만~4만원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중저층 상가 등에 주로 쓰이는 소형 H형강의 기준 가격은 t당 58만원에서 61만원으로 5.2% 올랐다. 토목용 H형강 기준 가격도 54만원에서 58만원으로 7.4% 인상됐다.

대표적 토목·건설자재인 철근 가격도 상승세다. 현대제철은 이달부터 일정 물량 이상 구입할 때 t당 1만원씩 깎아주던 할인제도를 폐지하는 방식으로 철근 가격을 올렸다. 현대제철은 다음 달부터는 철근의 기준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 등 다른 전기로업체들도 철근 할인제를 없애거나 기준 가격을 인상하는 데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인리스도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차례 인상했던 스테인리스의 열연 및 냉연제품 가격을 이달부터 t당 20만원씩 올렸다. 현대제철 BNG스틸 등은 스테인리스 냉연제품 가격을 t당 25만원 인상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 조선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철강업체들이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 가격을 전 분기 대비 t당 40달러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후판 가격도 앞으로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처럼 철강 제품 가격이 연초부터 상승하는 것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H형강 철근 등의 원자재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작년 말 대비 t당 3만~4만원 상승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니켈 가격도 작년 말 급락세를 보이다 연초 들어 급반등했다.

하지만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강 제품 인상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봉형강류가 주도하고 있지만,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철강 제품의 주류를 차지하는 판재류 가격은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아직까지 철강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 않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