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키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외환은행이 배당을 하는 것은 10년 만이다.

이번 배당으로 외환은행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모두 6449억원이다.

이 가운데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지분 64.62%)에 4167억원이 배당된다.

론스타는 15%의 배당소득세(625억원)를 떼더라도 3542억원을 회수하게 된다.

이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2조1548억원의 6분의 1(1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예상보다 적은 배당금

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주들에게 주당 2000원 이상의 현금 배당을 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주당 1000원의 배당만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배당을 많이 받을수록 매각 차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먹튀' 비난까지 받아가며 고배당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배당액의 15%를 배당 소득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손에 쥐는 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세후 실질 수익률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외환은행에 순이익을 유보해 두는 대신 매각 가격을 높일 수 있다면 매각 차익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더 큰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특히 주식 매각에 따른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배당받는 것보다는 나중에 매각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배당액이 많아질수록 내부 유보액이 줄어들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낮아져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배당률을 낮춘 이유를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이번에 주당 1000원을 배당함에 따라 BIS 비율을 12.4%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재매각에 미치는 영향은

외환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배당을 실시한 데 대해 주식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날 외환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550원(4.35%) 오른 1만3200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환은행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수석 연구원은 "2005년도 수익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이었기 때문에 지난해 외환은행 순익이 다소 떨어진 것은 문제가 안 된다"며 "1000원만 배당한 것이 외환은행 재매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나 외환은행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론스타는 한 번 더 배당금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하나은행과 여러 외국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