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경인운하 표류, 정부 ‘나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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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이면서도 10여년째 표류하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을 놓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간 갈등이 최근 심화되면서 사업 무산 위기까지 처해 있지만 정부 역시 주무 부서인 건교부와 환경부간 이견으로 조정 기능을 잃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그 속사정을 유은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95년 정부가 민자유치대상사업으로 선정한 뒤 10여년째 표류하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경인운하 사업은 한강 행주대교에서 인천 서천동으로 이어지는 길이 18km의 인공 수로를 만들어 홍수방지와 교통 관광의 새로운 사회인프라를 건설하는 2조원대의 국책사업입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반대로 사업이 보류된 채 지금은 홍수방지를 위한 굴포천 방수로 공사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은길 기자
“지금 보이는 이 물길은 폭 40m의 굴포천이지만 앞으로 경인운하 사업이 추진될 경우 폭 80m의 한강과 연결되는 관광과 물류 뱃길이 탄생됩니다. 그러나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이 국책사업은 표류하고 있습니다.”
정부 동의로 사업 재추진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05년 4월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지속발전가능협의회, 일명 ‘지발협’이 그동안 찬반 양론으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최근 일부 위원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결론 도출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사업 찬성측 지역 대표는 정부가 약속한 사업인데다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개발인 만큼 서둘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박한욱 경인운하지역협의회 위원장
“95년부터 국가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업이고 저희들은 그 약속을 믿고 따라왔기 때문에 경인운하 사업은 약속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또 지역의 경제적 문제나 고용 일자리창출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상당히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어려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경인운하 사업은 분명히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측 시민단체는 사회적 합의와 환경성 검토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사업의 타당성이 사회적으로 동의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명확하게 검증된 뒤논의해야 될 사안인데 이 부분을 지금 건교부가 그런 사회적 합의없이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80m를 굴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있는데 제대로 검토가 안됐습니다.”
여기에 찬성측은 '협의회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반면 반대측은 '협의회에서 결정해야한다'고 맞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한욱 경인운하지역협의회 위원장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재검토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것을 갖고 서로 논의를 해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면 이것을 정부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12명이 모여 여기서 무슨 결정을 한다고 해서 이것을 따를 국민도 없고 믿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무모한 일은 안해야된다고 봅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정부의 핵심있는 기관, 찬성하는 주민,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모여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면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존중해달라는 겁니다. 법에 정해져 있는 규정보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비용도 덜 드는 것이고 따라서 그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봅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경인운하를 놓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맞서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갈등을 조정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그 안에서 대립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이것은 지난 2003년 국무총리실의 경인운하사업 재검토 결정에 따라 건교부(수자원공사)가 네덜란드 DHV사에 의뢰해 얻은 사업성 검토 결과입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경제성이 1.76(B/C비율이 1.0 이상일때 경제성 우수)으로 나와 ‘국가경제에 유익하다’고 판명됐으며 ‘환경문제도 해결 가능하고 해결방안 없는 심각한 환경영향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부는 '이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식 인터뷰를 거부한 건교부.
여기에 정부측 입장은 없다는 환경부.
정부가 결정한 국책사업을 정부가 나몰라라하는 사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국가 재정(국민혈세)은 새나가고 있습니다.
WOW TV NEWS, 유은길입니다.
유은길기자 eg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