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뉴스에 이어 스포츠 소식과 날씨,그리고 전국을 강타할 걱정 지수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걱정…지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걱정 지수라니? 어스본은 TV 앞으로 바싹 다가가 앉았다.


위에 인용한 구절은 세계적인 자기계발 전문가 웨인 다이어의 첫 소설 '행복을 파는 외계인 미친 초록별에 오다'(김보영 옮김,21세기북스)의 한 대목이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세계로부터 온 두 남녀가 행복에 관한 우주의 진실과 삶의 비밀스런 원칙들을 밝혀나가는 '셀픽션'형식의 새로운 자기계발 소설.

'셀픽션'(selfiction)은 자기계발(self help)과 소설(fiction)을 접목한 신조어다.

이처럼 소설적 구성이 탄탄하면서도 실용적인 코드의 지혜를 담은 작품을 말하는 '셀픽션'이 출판계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신간 '행복을 파는 외계인…'보다 두 달 먼저 출간된 '시간을 파는 남자'(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권상미 옮김,21세기북스)도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

주인공은 평생 갚아야 할 주택 융자금과 아파트밖에 없는 '보통 남자'.그는 늘어만 가는 대출금에 생계 유지조차 빠듯한 현실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쫓기며 산다.

어느날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그는 '35년간의 시간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한다.

그러나 그에게 '시간을 사고 파는' 기발한 상품이 찾아온다.

그는 5분을 담은 상품을 특허 받고,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하는데….

작가는 엄격한 경제적 인과관계의 논리를 통해,시간이라는 보물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재치있는 화술과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풀어나간다.

'단 하루만 더'(미치 앨봄 지음,이창희 옮김,세종서적)도 마찬가지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쓴 신작.'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단 한 사람과 지나간 하루를 다시 보낼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전직 프로야구 선수이자 알코올중독자인 50대 남자 찰리와 어머니,찰리와 딸 등 세대를 잇는 가족 이야기가 따뜻한 문체,치밀한 복선과 함께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이 책에서 '죽은 이와 산 사람의 만남'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비춘다.

그리고 대를 잇는 가족의 관계와 떠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못다 나눈 정에 대한 애틋함을 잔잔하게 일깨운다.

이 밖에 광범위한 셀픽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자기계발서들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버진 그룹 창립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과의 비행기 여행'을 모티브로 한 '밀리언 달러 티켓'(리처드 파크 코독 지음,김명철 옮김,마젤란),'에너지 버스'(존 고든 지음,유영만·이수경 옮김,쌤앤파커스),'넥타이를 맨 바퀴'(크레이그 하비 지음,조행복 옮김,이우일 그림,황금나침반),'아프리카에서 온 암소 9마리'(박종하 지음,다산북스) 등이 눈길을 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