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로 있으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이 와인은 언제 마시면 좋으냐'는 것이다.

와인을 사 놓고 언제 마시면 좋을지에 대해 참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다.

필자도 와인 메이커를 만날 때 당신의 와인은 언제 마시는 것이 좋은가 하고 묻는다.

규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빈티지 차트를 보고 작황 연도의 빈티지의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는 있지만 좋은 빈티지는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며 그렇지 않은 빈티지는 또 언제 마시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단한 물음으로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와인을 선택하기 전에 와인을 보관하기 위해 구매하는지 아니면 지금 마시기 위해 구매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된다.

상식적인 말이겠으나 와인을 장기 보관하기 위해 구매한다면 되도록 좋은 평가를 받은 영 빈티지(young vintage) 와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영 빈티지 와인은 그 활기와 힘이 강하기 때문에 때로는 바로 마시기에 상당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빈티지의 와인은 시간을 두고 최대한 인내를 가지고 병 안에서 더 숙성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장시간 동안 디캔팅이 필요하다.

추후에 마시고 싶다면 영 빈티지를 고르라는 뜻이다.

괜찮은 영 빈티지 와인들은 구조,질감,여운 등 모든 것들이 밸런스를 이루면서 비교적 응축력이 강해 오래도록 병 안에서 숙성해도 그 밸런스가 깨지지 않고 맛을 지닐 수 있는 지구력이 갖춰져 있다.

반면 지금 마시기 위해서 와인을 구매하기 원한다면 와인의 맛이 비교적 부드러워진 빈티지의 와인을 선택해야 한다.

이미 숙성이 이뤄져 바로 마셔도 부담이 없는 실크 같은 느낌의 와인이 적당하다.

따라서 대부분 작황이 좋았던 해의 오래된 빈티지(old vintage) 와인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문제는 오래된 빈티지의 맛있고 품질 좋은 와인은 그 가격 또한 맛과 상응하는 정도가 높은 편이라는 점이지만.그랑 크뤼의 오래된 빈티지 와인들은 소더비(Sotheby)나 크리스티(Christie)의 옥션에서도 상당한 고가로 팔리고 있다.

이럴 때 권하는 와인이 조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최근 빈티지의 와인이다.

빈티지가 아주 뛰어나지 않아 와인의 힘이 풍부하지 않으며 장기 숙성하기에는 부족하지만 훨씬 더 부드럽다.

가격 또한 비교적 저렴하다.

이 와인을 언제 마시면 좋으냐는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지는 않았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들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와인을 맛볼 시기를 추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