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또치아빠'는 지난 23일 독일 현지의 구매 대행업자를 통해 사들인 '크룹스 XN20' 모델의 네스프레소와 네슬레 커피 캡슐 300개를 국제 특송 우편으로 받았다.

네스프레소는 캡슐형 에스프레소 추출기.

대중매체나 광고를 통해서 이 특이한 기계에 대한 정보를 한번도 접해본 적 없는 그는 네이버 다음 등 각 포털 사이트의 관련 카페 10여곳을 뒤져 제품 정보를 수집한 뒤 독일에 거주하는 구매 대행업자를 수소문해 제품을 구입한 것.이처럼 특정 제품 마니아들이 인터넷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구매 결정을 내리는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웹2.0시대가 만들어 내는 뉴 비즈니스다.

웹2.0시대엔 '1 대 다(多)'로 뿌려지는 상품 정보에 따라 소수의 히트 상품이 시장을 석권하는 파레토(20 대 80)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대신 다품종 소량 생산된 틈새 상품이 대중적인 히트 상품을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롱 테일 경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네슬레'도 모르는 네스프레소 열풍

네이버와 다음이 개설해 놓은 인터넷 카페에서 네스프레소와 관련된 회원 수를 모두 합치면 3000명.대당 20만~150만원씩 하는 네스프레소(1987년 발매)는 2004년부터 매년 800여대씩 국내에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동호인들은 추정한다.

그러나 네스프레소의 정식 수입 판권을 갖고 있는 한국네슬레 관계자는 국내 네스프레소 판매대수를 "제로(0)"라고 밝히고,"한국에서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아 네스프레소의 수입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틈새 시장의 영토 확장

다양한 취향의 '마니아적(的)' 소비자를 각각 만족시킬 수 있는 틈새 상품 개발이 '비즈니스 2.0 시대' 소비재 기업의 성공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옥션 G마켓 등 온라인 장터(오픈 마켓)도 다수의 틈새 시장으로 이뤄진 '롱 테일 경제'의 형성을 돕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한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동시다발적인 거래가 일어나는 온라인 장터는 시장 규모가 작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거래되기 힘들었던 틈새 상품의 유통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것.

G마켓에서 매출 상위 20%의 대박 상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5%는 가짓수로는 80%를 점하는 수많은 틈새 상품이 메우고 있다는 얘기다.

국산 수제 비누회사인 더솝바의 성공은 틈새 상품으로 소수 계층이 형성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대박을 터트린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스타슈퍼에선 지난해 8월부터 '더솝바'의 올리브 비누(120g,9800원)가 단품 판매 개수 기준으로 P&G의 아이보리 비누(90g,610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올리브 비누의 개당 단가가 훨씬 높다 보니 판매액으로 환산(한 달 평균 600만원)하면 아이보리 비누(270만원)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스타슈퍼 관계자는 "더솝바의 비누는 유지 대신 올리브 기름을 넣어 만들어져 보습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미용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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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파레토(20 대 80) 법칙=상위 20%의 히트 상품과 고객이 매출의 80%를 올린다는 마케팅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이 웹2.0 시대를 맞아 퇴장하고 틈새상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롱 테일 경제'가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