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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양산 전문 디자이너 자부하는 유진양산 이나연씨‥ 붓으로 그린 무늬로 명품우산 만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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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거니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온다.

    젊은 디자이너라면 휴대폰 통화 대기음도 최신 트렌드의 팝송이 나옴 직한데 동요라니.유진양산에서 일하는 이나연 디자이너(29)의 첫인상이다.

    "우산에 인생을 걸었는데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명랑한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하는 그는 오로지 우산만 특화한 디자이너로는 1세대라고 자부한다.

    익숙한 닥스(DAKS)의 체크부터 프릴이 달린 물방울 무늬까지 1년 동안에만 각각 50여 종의 우산과 양산 디자인이 그를 거친다.

    색상과 사이즈까지 분류하면 한 해 200여 종류를 내놓는 셈이다.


    그가 우산의 세계와 만난 것은 3년 전.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수출용 직물 디자인 회사에 첫 취직했다.

    하지만 정해진 입맛에 맞게 비슷한 디자인을 양산하면서 회의감이 들었다고."'이건 아니다' 싶어 1년 만에 때려치우고 몇 달 방황했죠.어느날 우산 디자이너 모집 공고를 본 순간 강력하게 끌렸어요.

    '우산 위에 고운 색으로 꽃을 그려 보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단순한 상상이 모처럼 가슴을 뛰게 하더군요.

    당장 포트폴리오를 챙겨 문을 두드렸죠."

    젊은 디자이너로서 포부가 컸기 때문일까.

    초기엔 개성적이고 튀는 디자인을 고집해 회사가 이어 온 이미지와 갈등도 빚었다.

    그가 일하는 '유진양산'은 1983년부터 영국 브랜드 닥스(DAKS)와 상표 협약을 체결,고전적인 체크무늬 우산을 생산해 온 터였다.

    젊은 감각과 전통을 조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숙제를 푸는 데는 우연한 '사건'이 필요했다.

    "한 중년 부인이 양산을 수선해 달라며 찾아왔는데 저희 회사에서 무려 11년 전에 생산한 제품이었어요.

    그런데 디자인이 전혀 촌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매우 현대적이고 고상한 느낌을 풍기더군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죠." 결국 해답은 고급스러움에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하되 무늬와 색감,프릴 장식과 자수 등에 젊은이의 취향을 반영했다.

    지난해 장마철 회사에서 처음으로 시판한 초소형 5단 우산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대 디자이너의 다양한 실험은 기존 소비자의 연령층을 20대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지금도 10년 이상 사용한 제품을 들고 찾아오는 고객이 1년에 두세 명은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다루는 그 마음이 디자이너로서 너무 고맙고 기쁘죠. 흔히들 비 올 때마다 싸구려로 하나 사놓고 다시 잃어 버리곤 하는 게 우산이죠.하지만 우산의 세계에 인생을 건 저에게는 더없이 귀한 존재예요." 친구 결혼식에 가서도 '웨딩 드레스로 양산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비 오는 날이면 주변 사람들에게 우산 접는 방법을 설교하는 그다.

    회사에서 생산한 우산을 매일 바꿔 쓰면서 방수성과 강도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다.

    성내동의 본사에는 30여 명이 근무한다.

    유명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소기업이다 보니 힘든 점이 없진 않다.

    "처음에는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회사 업무 전반을 신경 써야 하는 게 힘들었죠.하지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마저 즐거워지더군요." 거래처 사람들의 생일에 빼먹지 않고 작은 선물을 전하는 것은 그의 '영업' 전략 중 하나다.

    유진양산의 안정순 이사는 "업계의 흐름에 발벗고 대처하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다"며 "'디자인만 하면 내 일은 끝'이라는 기존 디자이너들보다 열 배의 일을 한다"고 칭찬했다.

    최근 이나연 디자이너는 그간 간직해 온 꿈 한 가지를 풀어놓고 있다.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 핸드 프린팅(hand printing)으로 디자인하는 것."컴퓨터가 만든 색깔과 손으로 손수 섞은 색깔은 완전히 달라요.

    물감과 붓으로 직접 그린 무늬를 내년에 처음 손보일 계획입니다." 정감 넘치는 아날로그 색감이 비 오는 거리를 수놓을 일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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