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2.0)은 겉모양이 좀 특이하게 생겼다.

보닛(후드)의 길이가 상당히 짧고 앞타이어는 최대한 앞쪽으로 배치돼 얼핏 보면 우스꽝스럽다.

앞뒤 오버행(overhang·차축과 차끝 부분의 거리)도 짧게 처리돼 독특한 이미지를 풍긴다.

그러나 이런 디자인 덕분에 엔진룸이 차량 끝으로 밀려나 있어 운전석에 앉아보면 앞 공간이 상당히 넓고 깊다.

혼다는 이를 '캡포워드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실내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시빅의 외양은 작아 보이지만 실내공간은 의외로 널찍하다.

시빅의 길이(전장)·너비(전폭)·높이(전고)는 4540mm·1750mm·1440mm로 아반떼급이지만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간 거리)는 2700mm로 쏘나타(2730mm)와 맞먹는다.

실내도 상당히 창의적이고 독특하다.

맨 먼저 낯선 계기판이 눈길을 붙든다.

계기판을 2단으로 배치했다.

상단에는 중앙에 숫자로 속도가 표시되는 디지털 속도계를 두고 좌측에 온도계,우측에 연료계를 배치했다.

하단에는 아날로그 방식의 회전속도계(RPM 게이지)가 자리잡고 있다.

센터페시아도 2단으로 나눠져 있다.

위쪽에는 오디오 디스플레이,아래쪽에는 공조시스템 디스플레이를 뒀다.

참신한 실내 디자인으로 인한 신선한 충격 속에 시동을 걸고 성능 테스트에 나섰다.

혼다 특유의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1998cc 직렬 4기통 DOHC i-VTEC 엔진은 1330kg의 몸체(공차 중량)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했다.

5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55마력(6000rpm),최대토크 19.7kg·m(4500rpm)를 발휘한다.

연비는 ℓ당 11.5km.

좀 더 속도감을 느끼고 싶을 때는 변속기어를 스포츠모드(S)로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된다.

엄청난 순간 가속도 때문에 몸이 뒤로 확 젖혀지는 느낌이 제법 괜찮다.

안전장치도 수준급이다.

차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VSA(Vehicle Stability Assist),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장착했다.

경량 및 고강성의 고장력 강판 적용도 확대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도 시빅만이 가진 장점이다.

이 차의 판매가는 2990만원.당초 예상보다는 가격이 올라갔지만 이 정도 성능에 이 가격이면 욕심을 내볼 만하지 않을까.

시빅은 북미시장에서 1972년 처음으로 출시돼 160개국에서 1700만대 넘게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