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동시에 인상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 외환은행 등이 일제히 예금금리를 올리고 나섰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수신 고객층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예금 금리를 올렸다고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만 높이고 예금금리 인상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뒤늦게 예금 금리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예금금리 인상 러시

하나은행은 22일 영업점장 전결금리 조정을 통해 정기예금 금리를 최저 0.1%포인트에서 최고 0.2%포인트까지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에 1억원 이상을 1년간 예치할 경우 금리는 연 5.0%로 0.2%포인트 높아진다. 2년 이상과 3년 이상도 각각 0.2%포인트 높아진다. 1개월 이상과 3개월 이상,6개월 이상은 0.1%포인트씩 인상된다.

외환은행은 만기별로 0.35~0.6%포인트 수준의 비교적 큰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3개월 정기예금의 경우 우대금리를 종전 3.9%에서 4.4%로 0.5%포인트 높였고,고시금리는 3.6%에서 4.2%로 0.6%포인트 인상했다. 1년제는 4.8%로,2년제와 3년제는 4.85%로 각각 0.35%포인트씩 인상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실제 창구에선 1년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연 4.9%를 주는 특판예금을 판매하고 있지만 고시금리는 4.45%에 머물고 있었다"며 "고시금리를 현실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역시 실세금리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1년 이상은 0.1%포인트,1개월 이상 1년 미만은 0.2%포인트씩 인상했다. 6개월 이상 정기적금 고시금리도 0.1%포인트 높였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수신금리 인상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상시기와 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오름세인 만큼 내부적으로 예금금리 인상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예금금리 인상 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우리은행 농협 등은 다른 은행의 움직임을 살펴본 뒤 금리인상 요인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뒤늦은 면피용 조치

이처럼 은행들이 급작스레 예금금리 인상 러시에 나선 것은 '면피용 조치'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폭이 정기예금 금리 인상폭의 3.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일부 은행의 경우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이후 유동성이 말라 금리를 올려 고객들로부터 자금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예금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은행들이 마지못해 수신금리를 인상하는 분위기"라며 "일부 은행들은 한은의 지준율 인상에 따른 자금 수요증가분을 자금운용을 줄이기보다 수신 확대를 통한 추가자금 확보로 해소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연·정인설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