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의 대표적인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지자인 민주당 맥스 보커스(몬태나) 재정위원장과 공화당의 찰스 그래슬리(아이오와) 의원 등 재무위및 농업위 소속 11명의 상원의원들은 17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따지기 위해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를 덕슨 상원빌딩으로 초청했다.

말이 초청이지 이들은 지난 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2004년 부터 한국 수출이 막혔던 미국산 쇠고기가 지난해 10월 재개된 후 뼛조각 검출 소동으로 다시 끊기자 미 육우업계의 이익을 대표해 이 대사를 불러 따지려 한 것이었다.

◇미의원들 강한 불만 표출

18일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부터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면담에서 미 의원들은 "일부 쇠고기 박스에 뼛조각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쇠고기 선적물량 전체를 수입 불허한 것은 무역 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ㆍ미 FTA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지난해 10~12월 3차례에 걸쳐 적게는 257박스 많게는 707 박스가 수입된 미 쇠고기에 대해 X-레이와 육안으로 전수 검사를 하면서, 문제가 된 1~2개 박스가 아닌 전량을 반송 또는 폐기 조치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관련, 민주당 바이런 도건(노스 다코타) 상원의원은 최근 주미 한국 대사관에 보낸 서한에서 "현대자동차 수입물량인 70만 대의 안전성을 전수 조사한 뒤 한 대라도 문제가 있으면 전량 반송해야 한다"는 반론을 펴기도 했다.

미 의원들은 더 나아가 일본이 뼈있는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점을 들어 한국도 마찬가지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한 의원은 "미육우 농가의 실태를 조사하려 한국인들이 온다는데 도대체 뭐하자는 것이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따졌다는 것.

◇"마차가 말을 끌고 갈 수는 없지 않느냐"

1시간에 걸친 미 의원들의 성토가 끝난 뒤 이 대사의 차례가 됐다.

이 대사는 우선 쇠고기 문제는 한미간 통상 현안일 뿐 관세 등 양국 교역의 틀을 잡는 FTA와는 상관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뼛조각 사태도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뼈있는 쇠고기 문제까지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뼛조각 문제를 '말'로, 뼈있는 쇠고기 문제를 '마차'로 비유,"말이 마차를 끌고 가야지, 마차 뒤에 또는 마차 옆에 말이 있을 수 있느냐"며 뼛조각 문제의 우선 해결을 위해 양국간의 기술적 협의가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뼛조각 문제가 해결되고, 미 쇠고기가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제수역기구(OIE)의 평가를 받게 되면 뼈있는 쇠고기 문제도 추후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미 의원들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초점 엇갈린 외신

보커스 위원장은 이 대사와의 회동후 대기중이던 로이터 기자에게 "한국 정부 관리들이 미국 축산업계를 격분시키고, FTA 협상을 어둡게 만드는 쇠고기 분쟁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밟고 있다"면서 "고무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반면 AFP는 '미 의원들의 최후 통첩'이란 제하로 보커스 위원장이 "우리 소 사육 농민들은 더 이상의 해명을 듣고 싶어하지 않고 결과를 원한다"면서 "한국이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한 FTA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보커스 위원장의 '고무적'이란 언급에 주목한 반면, AFP는 그의 원칙적 입장을 강조하는 등 초점이 엇갈렸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회동이 '비밀 협상'등으로 일부 비쳐진데 대해 "이 대사는 협상 당사자도 아니고 단지 미 의원들의 요구를 청취하고 그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한 것 뿐"이라면서 "미 의원들의 요구로 이뤄진 회동인 만큼 그쪽에서 한국 언론에도 연락을 취한 줄 알았는데, 제대로 연락이 안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