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관계 정상화'와 '불가침 의지'를 공식 피력하고 이달 말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희망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으며 핵무기가 없는 북한을 고대하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주베를린 북한대사관에서 이틀째 비공개로 만나 6자회담 속개를 위한 사전협의를 가졌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하고,전날 미국대사관에서 진행된 6시간의 회동에 대해 "유익한 협의였다"고 말했다.

차기 6자회담 일정에 대해서는 "주재국인 중국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이달 내 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베를린 회동에 대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다음 6자 회담에서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결실을 얻기 위한 바탕 작업"이었다고 평가했다.

대북 안전보장과 에너지 지원,북·미 간 관계정상화,한반도 비핵화 계획을 담은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미국이 북한에 우선 주고받을 '초기 조치'를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은 최고위층이 검토한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12월 6자 회담 후 북한이 유엔주재 대사,소위 '뉴욕 채널'을 통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뿐 아니라 북한도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양국이 베를린을 택해 양측 대사관을 오가며 비공개로 협의를 진행한 것도 중국 등 제3자의 개입 없이 집중력을 높여 양자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힐 차관보는 김 부상과 18일까지 협의를 계속한 후 19~21일 한국 중국 일본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