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첫눈이 내린 지난 6일,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새벽잠을 물리치고 경기도 광주로 향했다.

작년 말 뽑은 신입사원 340여명과 함께 태화산에 오르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눈이 꽤나 내린 탓에 "일정을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지만,박 회장은 완강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뤘다가는 이번 신입사원들의 산행이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박 회장은 정상에 오른 뒤 "하늘이 우리 신입사원들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서설을 내려 주시는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고,

총수의 관심에 사기가 백배 충전된 신입사원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와 보살핌이 해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총수가 직접 나서 용기와 자부심을 북돋워 주는가 하면,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를 붙여주기도 한다.

'혼자 힘으로 알아서 경쟁력을 키우라'는 기업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기업들이 앞다퉈 '신입사원 챙기기'에 나서는 이유는 이들을 어떤 인재로 키우느냐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판단에서다.

신입사원을 회사가 원하는 '인재'로 단련시키는 첫 번째 단계는 신입사원 연수다.

삼성그룹은 4주 동안 이어지는 신입사원 합숙교육의 포커스를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맞추고 있다.

'삼성인'으로서 갖춰야 할 각종 덕목에서부터 프레젠테이션 방법,사업계획서 작성법 등 실전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교육내용도 다양하다.

눈에 띄는 교육은 '라마드(LAMAD)'와 '크리피아드(크리에이티브+올림피아드)'.라마드는 신입사원들이 영업사원으로 뛰며 제품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며,크리피아드는 신입사원들이 30명씩 한 팀을 꾸려 가상의 회사를 설립한 뒤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교육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입사원 연수교육은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하는 현장 위주로 이뤄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는 2만개 부품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영하 40도의 혹한과 영상 60도의 폭염을 견뎌내야 하는 제품"이라며 "자동차처럼 어떤 악조건에서도 동료와 협력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협동심과 끈기를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의 신입사원 교육은 계열사별 특성에 맞는 이색 프로그램이 많은 게 특징이다.

LG필립스LCD는 교육기간 중 회사의 조직 문화와 경영 이슈에 대해 CF를 제작하며,LG CNS는 신입사원들이 직접 개사한 노래와 율동으로 출근길 선배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선배 기살리기 아침인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GS그룹도 LG 못지 않은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S홈쇼핑 신입사원들은 교육기간 중 직접 홈쇼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제를 안는다.

GS리테일은 신입사원들이 10년 후 자신과 회사의 모습을 표현하는 상황극을 연출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1000명이나 채용하며 새 피 수혈에 나선 동부그룹은 신입사원 교육도 이론 위주에서 도자기 빚기 등 다양한 체험 위주로 재편했다.

SK그룹이 운영하는 신입사원 교육의 압권은 최태원 회장이 참여하는 '신입사원과의 대화'.최 회장은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마다 그룹 연수원을 찾아 회사의 경영 현황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해준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박삼구 회장 등도 신입사원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최고경영자다.

극기훈련을 통해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다지는 것도 신입사원 교육의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삼양그룹 신입사원들은 올초 2박3일 동안 강화도에서 마니산 등반,산악자전거,캠핑,게릴라 세일즈,팀워크 다지기 등 '서바이벌 빅5' 훈련을 받았다.

한화 신입사원은 무박 2일 동안 60㎞를 행군하며,포스코 신입사원은 7시간 동안 포항제철소 곳곳을 도보로 행진한다.

사회에 대한 봉사와 이웃에 대한 사랑도 신입사원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다.

대한항공 신입사원들은 교육기간 중 장애우와 무의탁 노인 등이 생활하는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금호아시아나 신입사원들은 연수기간 중 단체 헌혈에 나선다.

최근에는 연수가 끝난 뒤에도 '신입사원 돌보기'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대리 또는 과장급에서 선발한 '멘토'들이 1 대 1로 조직 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가르치는 것.삼성,현대차,SK,포스코,삼양 등이 멘토링 제도에 적극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신입사원이 역량을 꽃 피우기도 전에 떠나는 것은 회사는 물론 개인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멘토링 제도를 도입했다"며 "멘토링 프로그램 가동 후 이직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