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폐지더미를 쓰레기로 봤지만 저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이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의 폐지를 원료로 박스 등에 쓰이는 골판지를 만드는 회사를 차려 대박을 터뜨린 장인(張茵) 나인드래곤 회장(50)의 성공 스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통신은 16일 장 회장이 창업한 나인드래곤의 주가 상승으로 그녀의 재산이 47억달러(약 4조4000억원)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홍콩의 한 무역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장 회장은 회사를 그만둔 후 고액 연봉을 주겠다는 다른 업체의 제안을 뿌리치고 창업에 도전했다.

장 회장은 홍콩에 자본금 3800달러짜리 골판지 회사를 차린 후 중개상을 통해 미국의 폐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1990년 직접 미국에 간 장 회장은 치과의사였던 남편과 함께 현지에 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폐지 수집을 시작했다.

장 회장은 영어도 잘 하지 못했지만 손수 트럭을 운전하면서 악착같이 폐지를 모았다.

장 회장은 손쉽게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

중국에서 물건을 싣고 미국에 온 배는 거의 대부분 텅 빈 채로 되돌아갔기 때문에 매우 싼 값에 폐지를 중국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또 중국이 전 세계 기업의 생산기지로 부상함에 따라 수출 제품 포장용 골판지 수요도 급증했다.

하지만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삼림이 훼손돼 골판지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제대로 조달되지 않았다.

장 회장은 "중국에서 수요가 급증하는데 골판지 원료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기업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인드래곤은 전년 대비 450%나 증가한 1억27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주가도 상장 당시 3.4홍콩달러에서 13홍콩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주가 상승으로 장 회장의 재산도 불어나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나 e베이 사장인 맥 휘트먼을 제치고 자수성가한 여성 가운데 세계 1위의 부자가 됐다.

앞으로 사업 전망도 밝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골판지 소비량은 현재 연 2100만t이지만 2010년에는 3400만t으로 불어나 전세계 수요의 2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나인드래곤은 내년까지 5개 공장을 신설해 생산량을 60% 늘린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장 회장 같은 여성 경제인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으며 6000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여성 갑부가 중국에서 35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