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필리핀 세부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저녁 아세안+3 정상 만찬과 15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오찬에 잇따라 불참,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오·만찬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연이은 국내외 일정에 피로가 누적돼 휴식을 취하기 위해 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며 "주최 측의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4년 연임제 개헌' 특별담화를 발표하고,11일엔 개헌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개헌론에 몰입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13일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길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필리핀 세부 도착 이후 한·필리핀 정상회담과 한·아세안 정상회의,한·중 정상회담,한·중·일 정상회담,아세안+3 정상회의 등을 소화하다 결국 정상만찬은 불참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출국 전에 가벼운 감기 증세를 보였는데 현지에 와서 쉬지를 못하고 회담을 강행군,피로가 누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정상만찬 전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팽팽한 이견으로 신경전을 벌이느라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6자회담에서 납치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입장과 납치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6자회담에서는 북핵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15일 아침부터 EAS 개회식,EAS 정상회의,세부선언 서명식 등의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했지만 당초 참석키로 했던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초청의 EAS 정상 오찬에 불참하고 예정보다 1시간 앞당겨 귀국길에 올랐다.

세부(필리핀)=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