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재테크 투자대상이 금융상품에서 예술품 골동품과 같은 실물투자로 옮겨지는 추세가 올해 들어서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뉴욕 시장에서 예술품 경매판매 움직임을 나타내는 메이 보제스 예술품지수는 지난해 15%나 상승했다.

거래일이 얼마 되지 않아 투자수익률로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올 들어 지금까지 재테크 수단별 상승률을 보면 예술품 골동품이 가장 높게 나온다.

그만큼 예술품과 골동품시장으로 재테크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러 요인 가운데 예술품 골동품을 투자대상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은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데다 수익률 자체도 일정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있는 계층'일수록 예술품 골동품을 찾는 이유는 다른 재테크 수단과 구별되는 투자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예술품과 골동품은 희귀성이 본질적인 투자가치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갖고 있을수록 투자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재테크 수단들은 단순히 금전상의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예술품 골동품은 생활 장식품으로 아름다움 및 정신적인 만족감과 같은 무형의 투자가치를 가져다 준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투자가치를 회수하기까지 아무리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하더라도 지루함이나 성급함과 같은 투자가치를 제약하는 우(愚)를 범할 가능성이 낮다.

그 어느 경제학자보다 투자에 밝았던 존 메디언 케인스가 마지막 재테크 수단으로 예술품과 골동품을 꼽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케인스는 반드시 장기성 여유지금을 갖고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는 골동품 예술품은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에 투자하는 대체자금의 성격이 약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골동품 예술품 투자의 특성상 관련 보험과 세금,상속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컨설팅은 필수적이다.

또 위작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메릴린치,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있는 계층'의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프라이빗뱅킹(PB) 중점사업을 올해는 예술품 골동품에 둔다는 계획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뉴욕 예술품 골동품시장이 활기를 찾는 데에는 우리의 '있는 계층'이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거래일의 경우 전체 거래액 가운데 우리의 '있는 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달할 때도 있다.

현재 뉴욕 예술품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국내작가로는 이중섭 박수근 김한기 천경자 이우진 등이다.

갈수록 이들이 그린 작품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일부 작품의 경우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사는 대상도 우리 국민 간 자전거래에서 외국인들로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국내 금융회사들도 예술품 골동품과 관련된 컨설팅 사업에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본관이나 지점의 빈 공간을 활용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또 예술품 골동품을 고객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큐레이터와 같은 전문인력까지 채용하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들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현 시점에서 대체 투자수단으로 예술품과 골동품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