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급격히 개헌정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헌법기관장을 청와대로 초청,개헌 논의의 물꼬를 이어가기 위한 여론 끌고 나가기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11일에는 각 정당 대표를 초청,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날 개헌 제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개헌 논의가 확산되는 분위기를 차단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은 개헌에 반대 입장을 정리,11일 청와대 오찬에 불참키로 했다.

○노 대통령,개헌 정당성 강조

노 대통령은 이날 헌법기관장들에게 "굳이 유·불리를 따지면 다음 대통령에게 조금 이익이 될 것이고,국정이 안정되면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개헌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을 하는 대통령"이라며 "이번 개헌은 차기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제안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전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나쁜 대통령'발언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차기 정부로 개헌을 넘기자는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공약대로 되냐"면서 "공약이라면 지난번에도 다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시기적으로 3개월이면 개헌은 충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갈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기정사실화했으며,전해철 민정수석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많은 국민의 여론이 받쳐준다면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한나라,개헌 분위기 차단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제안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한나라당은 결의문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의 주장은 국정실패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정국주도권 장악과 재집권을 위한 국면전환용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국정파탄의 1차적 책임자인 노 대통령은 개헌 제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안정과 경제회생에 전념해야 할 현 시점에서의 개헌논의는 국력을 낭비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게 된다"면서 "일체의 개헌논의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강재섭 대표는 "지금 노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국가 안위와 국민 경제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고 가슴 속에도 고통받는 민생에 대한 고뇌가 전혀 없다"며 "오직 선거와 정권연장 음모만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다만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향후 새로운 '카드'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처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여,이상민 의원 공개 반대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이 문제에 '올인'하지는 않겠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김근태 의장은 "개헌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별도로 민생 안정을 살피는 한편 시급히 평화개혁 세력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의원은 개헌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이 의원은 "5년 단임제와 잦은 선거 때문에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은 시험성적이 나쁜 학생이 필기구를 탓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개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심기·김인식·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