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헤지펀드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오성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적극적인 해외투자로 글로벌 인베스터(투자자)로서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헤지펀드와 이머징마켓 펀드 등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본부장은 "기금운용위원회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올해중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그동안 금기시됐던 헤지펀드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연금 규모가 189조원(작년 말 기준)에 달할 정도로 커지면서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등 분산투자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이 5% 선인 데 반해 해외주식 부문에서 20%의 수익률을 올린 점이 국민연금의 글로벌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헤지펀드가 점점 진화하면서 투자위험도가 낮은 상품이 나오고 있는 점도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오 본부장은 "해외 IB(투자은행)나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캐나다 CPPIB(연금투자청) 등 연기금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90 대 10인 국내외 투자 비율을 장기적으로 50 대 50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투자 다양화를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강조하는 방식의 조직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중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 글로벌 IB 가운데 2곳과 전략적 제휴계약을 맺고 1분기 중 이머징마켓 펀드에도 투자할 방침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다양화하고 있다.

오 본부장이 염두에 두는 분야는 PEF(사모투자전문회사)와 SRI(사회책임투자)펀드다.

국민연금이 참여한 H&Q-국민연금 1호 PEF는 지난해 9월 현진소재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던 대한유화 지분을 사들이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현대건설 등 굵직굵직한 M&A(인수·합병) 매물이 대기 중인 만큼 재무적 투자자로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SRI부문에서는 지난해 3개 운용사를 선정했으며 1500억원 투자목표 자금 중 9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오 본부장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국민연금의 장기투자 특성과 부합한다"며 "향후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부문으로 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