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주가 상승을 보고 웃어야 할지,울어야 할지.' ㈜두산 주가가 최근 6개월 새 두 배 넘게 급등하면서 두산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두산그룹이 내년 말까지 ㈜두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키로 한 상황에서 ㈜두산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 그룹 오너 일가의 지주회사 관련 자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7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 주가는 전 저점인 작년 6월21일 2만6100원에서 수직 상승,현재 5만5500원으로 폭등했다.

일반 주주들에게 ㈜두산 주가 급등은 물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두산그룹 오너일가에는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이유는 이렇다.

㈜두산을 지주회사로 바꾸기 위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산업개발→㈜두산 △㈜두산→중공업→엔진→㈜두산 △(주)두산→중공업→인프라코어→㈜두산 등 현재 형성돼 있는 3개의 순환 출자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산산업개발·엔진·인프라코어 등 3개 계열사의 ㈜두산 지분(모두 15.56%)은 안정적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오너 일가에 넘어갈 게 확실시된다.

현재 오너 일가의 ㈜두산 지분은 21.9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오너들은 작년 7월 이후 두산산업개발이 매도한 ㈜두산 지분을 매입,지분율을 높이는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대신 오너들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보유 중인 두산산업개발 주식 627만여주(6.84%)를 두산중공업 등에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산 주가가 최근 두산산업개발 주가보다 훨씬 빠르게 급등,오너 일가의 자금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6개월 전 두산산업개발·엔진·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의 주식 평가액은 968억원에 불과했지만,현재는 2059억원으로 1091억원이나 불어났다.

반면 오너들의 두산산업개발 평가액은 같은 기간 486억원에서 702억원으로 216억원 늘었을 뿐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 주가가 급등해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오너들의 자금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까지 아직 시간이 충분해 당장 큰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